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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 '온난화 주범' 이산화탄소의 변신은 무죄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지금 인류는 심각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고, 해수면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신기록이 쏟아졌다. 지난 7월은 1880년 이후 ‘가장 무더웠던 달’로 기록됐다. 온실가스가 증가해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빚어진 결과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뭄과 폭염, 그리고 슈퍼태풍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류 생존이 심각한 위협에 처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2030년까지 우리나라 발전·산업·건물 등 8개 부문에서 온실가스 2억 1,900만 톤을 감축한다는 내용의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BAU) 보다 25.7%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6가지 기체로 그중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이산화탄소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인간 활동에서 발생한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자동차, 발전소 등에서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태울 때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온다.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지구로 들어온 태양 에너지가 다시 우주 밖으로 나가지 못해 지구 온도가 올라간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배출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먼저 발전소 등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만을 걸러내는 방법을 찾아 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내 이산화탄소 포집 테스트 프랜트. 종전 기술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최대 2.5배 효율적으로 포집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효율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이산화탄소포집 및 처리연구개발센터(KCRC) 연구팀은 최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아민 화합물 기반 이산화탄소 습식 흡수제를 개발했다. 이산화탄소 포집에 사용되는 흡수제에 따라 습식, 건식, 분리막 방식으로 나뉜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습식 방식으로, 이산화탄소와 유기화합물인 아민의 화학 반응을 통해 이산화탄소만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연구팀은 기존 아민 수용액에 특정 화합물을 첨가해 이산화탄소 흡수성능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MAB 흡수제는 기존 상용화된 MEA 흡수제에 비해 2.5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으며, 흡수 속도도 1.5배 이상 빠르다. 흡수제 재생에 필요한 에너지 사용량은 40% 이상, 플랜트 구축에 드는 비용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렇게 걸러낸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나 수송 차량 등으로 옮겨 육상에서 750~1,000m 깊이에 있는 지하에 보관하는데 이를 ‘지중 저장’이라고 한다.

암석 표본에서 확인한 탄산염 광물. 지하 400~500m의 현무암에 묻은 뒤 2년 만에 암석화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연구진이 이산화탄소를 땅 속에 묻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피터 맥그릴 미국 퍼시픽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 교수팀은 이산화탄소를 높은 압력으로 지하 400~500m 깊이의 현무암 지대에 묻으면 자연 상태보다 빠르게 탄산염의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의 학술지 ‘환경과학 및 기술 레터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콜롬비아 지역의 현무암층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뒤 2년이 지나 매장된 광물 일부를 추출해 저장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실제로 이산화탄소가 현무암 속에 스며들어 탄산염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맥그릴 교수는 “빠른 시간 안에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인 고체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에 저장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바닷속 수심 1,000~3,000m 지점 땅속에 이산화 탄소를 묻는 방식이다.

해수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동해 울릉분지 주변 해역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저장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해수부는 지난 200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에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해수부는 먼저 이산화탄소 저장 실증사업 후보지로 울릉분지 대륙붕 주변 해역(울산 동방 60㎞)을 선정했다. 해수부는 이산화탄소를 해양으로 수송·저장하는 가능성을 실제 입증하는 사업을 위해 10년 동안 총 7,22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0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매년 100만 톤씩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보다 유용한 물질로 재활용하는 방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전력연구원과 공동으로 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중탄산나트륨(NaHCO3)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지난해 말 개발했다. 중탄산나트륨은 비누, 세제, 피혁 및 식품 첨가제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하는 물질이다. 저가의 화합물(가성소다)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중탄산나트륨을 제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동서발전과 전력연구원은 올해 700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실증플랜트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동서발전은 연간 7만톤 규모의 중탄산나타륨 생산 플랜트를 설치할 경우, 연간 1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저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산업계에서 용접 가스와 소화기로도 사용된다. 한국남부발전이 발전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건식 포집해 용접용 가스나, 소화기를 제조용 등으로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산화탄소를 습식으로 포집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건식 포집은 세계 최초다. 하동발전본부에서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10MW급 건식 탄소 포집 및 처리 설비를 통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사용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정제, 액화된 뒤 소화기 제조나, 용접용 가스 등으로 사용한다.

정부가 온실가스로 유용한 화학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2022년까지 6년간 47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는 산업현장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로 유용한 화학물질을 만드는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6년간 475억 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연간 2,500만톤 감축하고, 총 16조3,000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농도 이산화탄소를 광물로 만들어 폐광산 채움재를 생산하는 기술을 실증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2020년까지 연 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모아 폐광산 채움재 3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실증 시설은 시멘트·광산 업체가 많은 강원도와 충청도에 구축되며, 총 202억 원의 예산이 지원될 전망이다.

페인트와 시멘트, 인공 뼈 재료로 사용되는 탄산칼슘을 만드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기업이 이산화탄소와 수산화칼슘을 반응시켜 탄산칼슘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법으로 탄산칼슘 1t을 생산하면 이산화탄소 170㎏을 재활용할 수 있다. 울산의 한 중소기업이 생활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서 공업용 탄산칼슘을 생산한다. 울산시 등은 1년간 시범 운영을 통해 2,500t 정도의 탄산칼슘을 생산할 계획이다. 포스코켐텍은 포항제철소 내에 년산 최대 생산량 2만톤 규모의 고품질 탄산칼슘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탄산칼슘은 고무, 실란트, 페인트 등 산업소재 코팅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독일의 자동차 기업인 아우디는 이산화탄소로 친환경 디젤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e-디젤’로 이름 붙여진 이 연료는 물과 이산화탄소, 태양광 등의 자연물을 가공해 합성한다. 섭씨 800도로 물을 가열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한 다음, 다른 수송관으로 공급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높은 온도로 가열했다가 저압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블루 크루드(blue crude, 청색 원유)라 불리는 끈끈한 탄화수소 화합물이 생성된다. 이 화합물은 지구상에 시추되는 원유와 70 % 가까이 성분이 일치한다. 이를 가공해 정제하면 일반 차량에 넣을 수 있는 ‘e-디젤’이 만들어진다. 현재 매달 3,000 리터의 e-디젤을 만들 수 있는 생산성을 확보했다. 일반 자동차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획기적 방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성 울산과학기술원 교수팀이 개발한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얻은 디젤(경유). 촉매가 값싼 구리와 철로 이뤄져 있고 경유를 만들 때 별도의 전처리 과정이 필요 없어 경제적이다.


국내 연구진도 이산화탄소를 디젤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재성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지난 11월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경유의 주성분인 ‘액화탄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촉매 ‘델라포사이트’를 개발했다. 아우디는 두 단계에 걸쳐 이산화탄소로 경유를 만드는 기술까지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교수팀이 개발한 델라포사이트를 이용하면 한 단계의 공정만으로 이산화탄소를 경유로 만들 수 있어 손쉬운 경유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촉매를 만드는 재료인 델라포사이트는 값싼 구리와 철로 돼 있어 경제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이산화탄소의 평균 농도가 지난해 400ppm을 넘어섰다. 과학자들에게 ‘400ppm’은 일종의 한계치였다. 이를 넘어서면 더 이상 지구가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절반은 대지와 바다에 흡수된다고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대기권에 머문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대지와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산화탄소의 흐름을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의 지구 기후를 알려주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산화탄소의 흐름을 1년 동안 추적해 3D(3차원)로 제작한 지도가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4일 탄소관측위성(OCO-2)의 데이터를 통해 2014년 9월1일부터 2015년 8월31일까지 이산화탄소의 흐름을 3D로 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 지도에는 이산화탄소가 대기권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시간대 별로 알 수 있다. 레슬리 오트 NASA의 탄소순환전문 박사는 “이번 3D 지도는 이산화탄소의 시기별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데이터”라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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