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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땅위의 '인공 태양'...핵융합 시대 열린다

2014년 초 전세계 인구가 70억 명을 돌파했다. 21세기 말에는 11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에너지 사용량이 지금보다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는 에너지 확보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화석 연료는 자원이 한정돼 있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이를 대신해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지만, 전력 생산량이 적고 제한된 조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한계다.

태양은 45억년 간 자연 상태에서 수소의 핵융합 반응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했다. 앞으로 50억년간 수소 핵융합을 지속 하며 우리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방안으로 ‘핵융합’에 주목하고 있다. 핵융합에 쓰이는 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무한정 추출할 수 있고 원자력 발전의 0.04%에 불과한 중저준위 방사성 물질만을 발생할 뿐이며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깨끗한 에너지로 평가된다. 연쇄적인 핵융합 반응으로 폭발에 이르게 하면 수소폭탄이고, 이를 제어해 에너지를 쓰는 것이 핵융합발전이다. 핵융합 에너지 연구는 냉전기였던 1950년대 초에 수소 폭탄 개발 과정에서 얻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1951년 프린스턴대를 중심으로, 소련에서는 사하로프 박사가 연구를 주도했다. 1956년 모스크바 쿠르차코프연구소에서 토카막을 처음 만들었다. 토카막(Tokamak)은 1억 도에 이르는 초고온의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해리된 상태)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장치를 말한다.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 주변에 자기장 코일을 감은 토로이드 챔버&마그네틱 코일(Toroid Chamber& Magnetic Coils)의 러시아 철자의 약자다. 1968년 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토카막 장치’를 이용해 1,000만 도의 고온에서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밀폐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핵융합 연구가 활성화한다. 이후 미국의 TFTR, 유럽연합의 JET와 일본의 JT-60 등과 같은 토카막형 핵융합 실험시설이 건설됐다. 우리나라에서의 토카막의 역사는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서 1979년 만든 SNUT-79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연합 (EU) 회원국들이 만든 JET토카막. 영국 옥스퍼드 남쪽 컬햄에 있는 이 장치로 1991년 세계 최초로 1.7MW 핵융합 에너지 방출하는데 성공한다.


1991년 EU의 토카막 JET에서 세계 최초로 1.7MW 핵융합 에너지 방출에 성공했다. 1998년 일본의 JT-60, 미국의 TFTR등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올려 핵융합 기술의 과학적 타당성을 입증했다.

핵융합 반응에 주로 이용되는 물질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다. 수소는 원자핵이 양성자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 중성자 하나가 더 있는 수소를 중수소, 두 개가 더 있는 수소를 삼중수소라고 한다. 중수소 두 개가 결합하면 헬륨 원자핵이 되고,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하면 헬륨 원자핵과 중성자 하나가 생성된다. 이 때 질량이 줄어드는데, 이 질량이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² 에 의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변환된다. 중수소는 바닷물 1리터당 0.03g이 들어 있는데, 이 양만 가지고도 300리터의 휘발유와 같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자연상태에서는 흔치 않기 때문에 특별한 방법으로 얻어야 한다. 중수소를 얻을 수 있는 물질이 바로 중수다. 자연 상태에서 물에는 약 13~150ppm 정도의 농도로 중수가 포함되어 있다.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와 산소로 나눌 때 중수가 더 늦게 분해되므로 중수소만을 분리할 수 있다. 삼중수소는 리튬 원자를 분해하면 나온다. 삼중수소는 얻기가 무척 어려워서 고작 1g에 2,700만원이 넘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헬륨-3에 주목하고 있다. 헬륨-3는 양성자 둘, 중성자 하나를 보유한 헬륨의 동위원소다. 헬륨3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삼중수소와 양성자 하나로 바뀌어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핵융합의 연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에서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이 문제는 우주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달에는 헬륨-3가 표면에 수m 이상 쌓여 있을 정도로 풍부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개발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은 달 표면에서 헬륨3를 가져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800도 이상의 열을 가해 헬륨-3를 분리해내고, 이를 지구로 가져온다면 전 세계가 500년 가량 쓸 수 있는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융합은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일어난다. 태양과 같은 항성 내부는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지상에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 에너지를 투입해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고 유지해줘야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토카막 방식’이다. 하지만 자기장을 만드는 전자석에 구리 코일을 사용, 여기서 전기 저항에 따라 발생하는 엄청난 열로 인해 핵융합로를 오래 가동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나온 핵융합로는 20~30초 가동하고 냉각수를 흘려주며 20~30분씩 쉬어야 했다.

KSTAR 핵융합 장치의 진공 용기 내부. 이 곳을 초진공 상태로 만들어 1억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담게 된다.




한국형 핵융합장치인 케이스타(KSTAR)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KSTAR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초전도체인 ‘니오븀주석(Nb3Sn)’을 사용한다. KSTAR팀은 영하 268.5℃의 액체 헬륨을 주입해 세계 최초로 초전도 자석만으로 플라스마를 담는데 성공했다. 저항이 0인 초전도 자석은 에너지 손실 없이 플라스마를 가둘 수 있다. KSTAR는 지난 14일 H-모드 에서 70초간 지속하는 데 성공, 세계 최장 기록을 달성했다. H-모드는 핵융합 장치가 플라스마를 가두는 성능이 약 2배로 증가하는 고성능 상태를 뜻한다. KSTAR의 성과는 중국의 핵융합연구장치인 이스트(EAST)가 기록한 60초 운전보다 10초 앞선 것이다. 1995년 건설을 시작해 2007년 9월 완공된 KSTAR(지름 9m, 높이 6m, 무게 60t의 주장치)는 2009년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2010년 H-모드를 세계 최초로 달성한 이래 매년 세계 최장 기록을 갱신해 왔다. KSTAR는 최초로 차세대 핵융합로 운전 모드의 한 방식인 ‘내부수송장벽(ITB) 모드’를 올해 구현하기도 했다. ITB모드에서는 H-모드에서 나타나는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이 없어 장시간 고성능의 플라스마 유지가 가능하다. KSTAR의 2020년 300초의 고성능 플라스마 운전을 달성하는게 최종 목표다. 이 정도라면 핵융합 상용화에 좀더 가까워지게 된다.

WEST 연구진이 지난 8월 실험로 내부의 코일 교체에 성공한 뒤 자축하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청(CEA)은 핵융합 실험장치인 ‘웨스트(WEST)’도 최근 첫 플라스마 발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웨스트는 1988년부터 운영된 프랑스의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 토레수프라(Tore Supra)가 수명이 다한 뒤 업그레이드한 장치다. 웨스트의 전신인 토레수프라는 지난 1988년 첫 플라스마 생산에 성공했으며 25 년간 세계 핵융합 연구를 이끌었다. 이 장치로 2만 번 이상의 플라스마 발생 실험을 진행했다. 이 장치는 플라스마 성능은 낮지만 400초간의 긴 시간 동안 제어에 성공하기도 했으며, 1997년 16.7MW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웨스트로 탈바꿈하며 내부 코일을 추가해 원형의 플라스마가 D형으로 발생하도록 개조했고, 내부 재료로 ITER와 같은 텅스텐을 배치했다. CEA 측은 “웨스트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가진 실험로”라고 주장한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지역에서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건설되고 있다.


현재 세계 과학 선진국들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개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융합에너지 국제공동개발사업의 역사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핵융합 분야의 협력을 약속하고 3년 후 1988년 본격적으로 핵융합로 공동 건설을 위해 IAEA산하 ITER이사회가 구성됐다. ITER는 라틴어로 길(Way)을 뜻한다. ITER사업은 1992년 개념설계, 2001년 공학설계를 마치고, 2005년 프랑스 카다라쉬를 ITER 건설 부지로 최종 결정했다. 미·러, 중국, 유럽연합(EU), 일본에 이어 2003년 5월 우리나라가, 2005년 인도가 마지막으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금의 7개국 협력체계가 완성된다. 2006년 11월 7개 회원국이 ‘ITER 공동이행협정’에 공식 서명한 후 2007년 10월 ITER 국제기구가 공식 출범하게 되었다. 29조원을 투입해 2025년부터 ITER를 가동할 계획이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이후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공동연구사업이다. 높이 30m, 폭 30m 규모인 ITER은 KSTAR보다 27배 크지만 소재와 작동 원리가 같다. ITER는 KSTAR의 성공을 보고 초전도 자석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ITER에서 핵융합로의 성능이 입증되면 2040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핵융합로 건설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높은 건설비와 기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국가가 핵융합 개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핵융합이 ‘가장 청정하고 효율적인 대안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거의 무한대로 존재하는 수소만 있으면 발전이 가능하며,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대기 오염 문제도 없다. 일단 성공하면 인류의 에너지 걱정은 크게 줄어든다. 물론 핵융합이 뭐든 가능하게 하지는 않는다. 현재 전문가들은 핵융합이 실현된다고 해도 재료나 생산기술의 한계 때문에 당분간은 총 전력량의 40% 정도만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또 원자력 발전보다는 훨씬 적지만 방사능 폐기물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후 ITER를 성공적으로 건설해 인류의 새로운 에너지 세상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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