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트럼프 폭풍 몰려온다]美, 환율조작국 '게임의 룰' 바꿔...한국 본보기로 中압박 나서나

대미 무역흑자·경상흑자 등 적용항목 조정 가능성

한국은 3가지 기준 중 2개 이미 초과...中보다 불리

외환당국, 확대해석 경계 속 "美와 소통 강화할 것"





그동안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우리 외환 당국은 미 재무부가 제시한 세 가지 객관적 기준을 근거로 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봤다. 한국은 세 가지 중 두 개는 기준을 넘어섰지만 환율개입 규모 면에서 밑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게임의 룰(지정 기준)’ 자체를 바꿔버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4일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과 영향’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인수위원회 취임 200일 계획에 따르면 취임 100일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돼 있다”며 “이 경우 미 재무부가 지정 기준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경상수지 흑자가 조건을 초과해 한 개만 초과(대미 무역수지 흑자)한 중국보다 적용 항목이 더 많은 상황이다.

중국보다 한국이 먼저 지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영식 KIEP 국제금융팀장은 “미국이 중국과 정면충돌을 피하면서도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대만 등을 본보기로 지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 1988년 제정한 ‘종합무역법’을 통해 한국과 대만을 먼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1988년)하고 중국은 4년 뒤인 1992년에 지정한 바 있다.

이 경우 일단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가까스로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되는 수출 증감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에도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우려된다. 정 팀장은 “외환 당국도 시장개입 투명성을 높이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외환 당국이 1962년 서울 외환시장 개설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할 수도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이 선진국, 주요 신흥국과 달리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우리는 1988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후 1990년 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복수통화바스켓제도에서 시장평균환율제도로 환시 개방성을 높인 바 있다.

외환 당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국은 “지정 가능성은 낮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트럼프 신행정부와 최대한 소통을 강화해 지정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외교안보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내년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패하지 않기 위해 그동안 공언한 대로 강한 보호무역주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그가 공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를 대통령으로 올려놓은 ‘앵그리 화이트(체감경제 부진에 분노한 중산층 백인 남성)’가 등을 돌릴 수 있다. 이는 중간선거 패배로 이어져 급격한 정책동력 상실, 나아가 재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특히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간선거인 2010년 11월 총선에서 참패해 손발이 잘린 것을 봤기 때문에 더욱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안보연구소의 의견이다.

이 밖에 트럼프가 주요20개국(G20) 체제를 해체하고 소수의 나라만 참여하는 ‘G-X’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외교안보연구소는 “트럼프의 보호주의 색채는 G20 정상회의 의제에 대한 무관심, 나아가 회의 자체에 대한 무관심, 더 나아가 G20 체제의 약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20은 주요 국가 간 개방과 협력을 강조하는데 빗장을 걸어잠그려는 트럼프의 성향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기본적으로 양국 간 협상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 이상의 협력이 필요할 경우 5개·8개·10개국 등만 모아 G5·G8·G10 식의 G-X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강선주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연구부 교수는 “우선 한국은 G20 정상회의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다른 국가와 손잡고 G20 체제가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미 양자 관계 강화로 트럼프의 G-X 체제에서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