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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그물, 작살, 접착제로...우주쓰레기 청소 대작전

1957년 발사된 스푸트니크 1호는 우주에 도달한 최초의 인공물이다. 60년이 지나면서 우주에는 쓰레기로 가득찼다.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러시아 말로 동반자라는 뜻) 1호가 우주 공간으로 발사된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우주는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간이 우주에 진출하면서 필연적으로 생긴 것이 ‘우주 쓰레기’다. 우주공간에 내버려진 다단식 로켓의 잔해나, 수명이 다해 더 이상 동작하지 않는 인공위성 같은 큰 것에서부터, 심지어는 우주비행사가 손에서 놓친 공구, 나사나 벗겨져 나간 페인트 조각 같이 작은 것도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면 우주 쓰레기가 된다.

2002년 9월에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아마추어 천문가는 크기가 10~50m로 추정되고 지구 주위를 50일 주기로 공전하는 흥미로운 물체를 발견했다. 이 물체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J002E2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영국 BBC방송은 이것이 새로 발견된 지구를 도는 위성일지도 모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밀조사 결과 J002E2는 1969년 발사된 우주선 아폴로 12호의 잔해로 판명됐다. 새턴V 로켓에서 분리된 3단 연료통이 오랫동안 태양 주위를 돌다가 지구 중력에 이끌려 온 것이다.

우주 쓰레기로 가득 찬 지구 궤도를 묘사한 그림을 유럽우주국(ESA)이 공개했다. 지구 궤도에는 7,000톤의 우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주쓰레기의 대표적인 예는 고장 났거나 임무가 중단된 인공위성이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사된 인공위성은 7,000여 개다. 이 중 현재 가동 중인 1,000여 개와 지구 대기권에서 제거된 3,000여 개를 제외한 나머지 3,000개의 폐 인공위성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 1993년 러시아가 발사한 군사용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는 1995년까지 활동한 뒤 우주를 그냥 떠돌고 있었다. 1997년 미국이 발사한 민간 통신위성 ‘이리듐 33호’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9년 2월, 코스모스 2,251호와 이리듐 33호가 충돌했다. 위성끼리 부딪친 우주 최초의 교통사고다. 900kg의 코스모스 2,251호와 700kg의 이리듐 33호가 충돌할 때 속도는 무려 초속 11.7km에 달했다. 이 사고로 코스모스 2,251호는 505개, 이리듐 33호는 194개로 조각났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계획도 우주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 68년에서 86년 사이에 미국과 러시아는 20회 이상의 미사일 위성 요격 시험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1월에 중국은 자국 위성 펑윈-1C에 대한 우주 요격 실험을 실시한다.

197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도널드 케슬러는 인공 위성이나 우주 쓰레기가 서로 충돌해 더 많은 쓰레기가 계속 생겨나, 결국에는 우주 쓰레기 때문에 우주선을 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른바 ‘케슬러 증후군‘이다. 당시 사람들은 우주 쓰레기는 지구 대기권에서 소멸될 것이라며 케슬러의 예측을 비웃었다. 하지만 위성들이 우주 쓰레기에 의해 훼손되기 시작하자, 여러 나라가 우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NASA, 유럽우주국(ESA) 등은 우주 물체가 우주에 머무는 기간이 25년을 넘지 않도록 하는 ‘25년 규정’을 지키도록 독려하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 우주쓰레기가 날아와 국제우주정저장(ISS)를 덥치는 위기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 쓰레기가 날아와 작업 중이던 우주 비행사를 덮치면서 벌어지는 재난을 그린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우주 쓰레기들이 위성을 위협하고 있다. 우주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는 7,000톤에 이른다. 이 중 1~10cm 크기의 작은 쓰레기는 약 60만 개에 이른다. 크기가 1㎝ 이상만 되어도 우주 비행 중인 인공위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움직이는 물체의 파괴력은 보통 무게와 속도의 곱인 ‘운동량’으로 비교한다. 1cm 남짓한 크기인 총알의 속도는 초속 400m 정도이다. 총알과 비슷한 무게의 우주 쓰레기는 최소 초속 9km이므로 총알보다 파괴력이 22배 정도로 큰 셈이다. 지름이 10cm 정도가 된다면 다이너마이트 25개를 터트리는 것과 같은 파괴력을 발휘한다. 만약 이런 파편들에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대형 인공위성이라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파괴돼 버린다.

먼지 크기의 우주 쓰레기가 위성에 큰 상처를 낸 사례도 있다. 2016년 9월, ESA에서 발사한 코페르니쿠스 ‘센티널-1A’ 위성에서 갑자기 에너지 발전량의 줄고, 위성의 궤도가 약간 틀어진 것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1㎜ 정도의 우주 쓰레기가 센티널-1A의 태양 전지판에 충돌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태양 전지판이 폭 40cm 정도 파손됐다. 우주 쓰레기의 속도는 초속 11km 정도였다. 나사 측은 “1㎜보다 조금 큰 우주 쓰레기가 약 1억 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리 작은 크기라도 우주에서 충돌하면 큰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우주쓰레기는 고도 2,000km 이하인 저궤도 상에 약 73%가 존재한다. 저궤도 중에서도 고도가 800~1,000km 사이에 가장 많은 우주쓰레기가 몰려 있다. 미 국방부는 광학망원경과 레이더를 통해 우주 쓰레기 2만 3,000개를 추적하고 있다. 현재 기술로 지구에서 직접 관측을 통해 확인 가능한 우주쓰레기의 크기는 고도 2,000km 이하에서는 지름이 약 5~10cm, 고도 3만 5,800km 정지궤도 상에는 약 0.5~1m보다는 큰 것이다. 미 공군은 이들 우주 물체의 궤도 자료를 수집, ‘space-track.org’라는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 공전하는 위성 등에는 모두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는데 갈수록 더 튼튼한 보호 장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각국의 우주기구들은 우주 탐사선을 발사할 때마다 반드시 인공위성과 우주선에 방호 뚜껑을 씌우고 우주 쓰레기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코스로 비행 경로를 잡는다. ISS의 경우 쓰레기가 가까이 다가올 조짐이 관찰되면 ISS의 고도를 수시로 조정할 수 있다. 1991년 우주왕복선이 러시아의 코스모스 인공위성의 부품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7초 동안 긴급으로 엔진을 가동한 바 있다.

나카시마다 철공소 관계자들이 우주 쓰레기 궤도 이탈 장치인 초소형 위성 ‘DOM’을 점검하고 있다.


우주쓰레기 제거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후쿠오카현 히로카와마치의 공작기계 업체 나카시마다(中島田) 철공소가 가로·세로·높이 10㎝의 초소형 위성인 돔(DOM)을 개발, 올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보내 우주 쓰레기 해결에 나선다. 이 초소형위성에 접힌 상태로 부착된 가로·세로 1.5m의 필름을 요트의 돛처럼 펼쳐 느린 속도로 지구 대기권으로 낙하시키는 이례적인 실험을 하게 된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폐기된 위성에 전선을 건 뒤 전자기 유도를 이용해 위성의 속도를 줄여, 대기권에서 불태우는 방법을 고안했다. 장비는 가고시마 현 우주센터에서 지난달 9일 발사된 ‘고우노토리(Kounotori·황새)’ 6호기에 실렸다. 고우노토리가 대기권에 돌입하기 전 전기가 통하는 끈을 700m 길이로 펼친다. 끈 상태의 장치에 전기를 흐르게 하면 우주 쓰레기의 이동 속도가 둔해져 대기권에 떨어져 불타서 사라지게 된다. JAXA는 2020년대에 이 장치를 실용화할 계획이다.

청소위성을 발사해 직접 우주 쓰레기를 없애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초소형 청소 위성은 길이 30cm, 무게 8kg이다. 독일은 미니 로봇팔로 우주쓰레기를 포획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1999년 우주에서 2.5톤짜리 청소 위성으로 0.4톤의 물체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NASA에서는 우주 쓰레기에 레이저를 쏴서 경로를 바꾸어 대기권에 돌입시켜 태우는 방식 등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거대한 그물로 우주쓰레기를 쓸어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 연합은 ‘쓰레기 제거’(Remove Debris) 위성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2017년 발사를 목표로 한 이 테스트 위성은 네 가지 형태의 우주 쓰레기 제거 방법을 테스트한다. 에어버스와 서리우주 센터(Surrey Space Centre)가 협력해서 제작한다. 첫 번째 테스트는 위성에 탑재된 초소형 위성(큐브샛)인 DS-1을 이용해 이뤄진다. 이 큐브샛은 본체에서 분리된 후 풍선이 부풀어 올라 표적 위성의 역할을 하게 된다. 7 미터 이내의 표적을 향해 그물을 발사해 포획하는 실험을 한다. 두 번째 테스트는 우주 쓰레기 추적 감시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두 번째 큐브샛인 DS-2를 추적하는 것이다. 세 번째 테스트는 1.5m 길이의 로봇팔을 이용해 10x10㎝ 표적에 작살을 던지는 것이다. 마지막 테스트는 에어 브레이크 테스트로 대략 10㎡ 크기의 돛 같은 구조물을 펼치는 것이다. 낮은 지구 궤도에 존재하는 희박한 대기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켜 위성이 빨리 대기권에 진입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아스트로스케일이 ‘아이디어 OSG1’위성에 실을 예정인 진공 챔버를 테스트 하고 있다. 이 위성은 내년에 발사돼, 우주 쓰레기 가 어떤 밀도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우주 청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일본계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4년 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우주 쓰레기 처리 기업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이다. ‘우주 청소부들(Space Sweepers)’이 회사의 슬로건이다. 이 회사는 아직 우주 청소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미 4,300만 달러(약 516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아스트로스케일은 내년에 러시아 로켓을 이용해 50파운드의 ‘아이디어 OSG1’이라는 위성을 쏠 예정이다. 이 위성엔 밀리미터보다 작은 쓰레기와 충돌을 기록할 수 있는 패널이 실려 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또 내년에 ‘ELSA1’이라는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위성의 평평한 표면에 접착제를 접시 크기로 부착해 이 곳에 쓰레기가 달라붙게 한다는 계획이다. 쓰레기가 잔뜩 붙은 우주선은 대기권에 다시 들어서면 모두 불타 없어진다. 접착제는 불과 몇 온스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 청소용 로봇팔을 싣는 것보다 우주선이 훨씬 가벼워진다. 회사는 현재 일본 화학 기업과 손잡고 접착제를 개발 중이다.

조만간 이 같은 기술이 성공해 훨씬 깨끗해진 우주를 안전하게 여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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