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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체감실업률 22% 최악] 끝나지 않는 '취준'…'묻지마 취업' 내몰리는 청춘들

  • 빈난새,변수연,김기혁 기자
  • 2017-02-15 19:20:47
  • 기획·연재
[청년 체감실업률 22% 최악] 끝나지 않는 '취준'…'묻지마 취업' 내몰리는 청춘들
서울의 한 대학 졸업생이 졸업식 후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서울경제DB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문과 출신인 김모(25)씨는 졸업하자마자 중견 문구제조업체에 취업했다. 이제 2년차지만 김씨는 이직을 준비 중이다. 연봉이 낮은데다 이름 있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열망에서다. 그는 입사할 때부터 ‘일단 일하면서 버는 돈으로 다시 취준(취업준비)을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취준’에 드는 비용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른 스펙도 없는데 직장 경력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이직을 염두에 두고 ‘묻지마 취업’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입사에 성공한 청년들이 다시 ‘바늘구멍 뚫기’에 뛰어들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생각으로 마구잡이 지원을 했다가 입사 후 ‘취업 반수·재수’를 고민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낮은 임금·복지 수준, 회사의 불투명한 전망, 경직적인 조직문화 등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자발적 비정규직과 이직 희망자 등을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34%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꿈, 적성 같은 건 배부른 소리”라며 “주위에도 수십 군데 지원하고 ‘더 어려워지기 전에 어디든 가고나서 생각하자’는 친구들이 많다”고 밝혔다.

‘묻지마 취업’은 곧 이른 퇴사로 이어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6월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4명 중 1명(27.7%)이 입사 후 일년 안에 퇴사했다.

근본적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 있다. 위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의 신입사원 채용 후 일년 내 퇴사율은 9.4%, 중소·중견기업(300인 미만)은 32.5%였다.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높은 건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낮은 임금·복지 때문만은 아니다. 청년들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성장가능성에 실망하고 있다. 목적의식 없는 취업용 공부와 치열한 입사경쟁이 싫었던 박모(28)씨는 중견 무역회사에 취직했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회사 내 분위기에 환멸을 느껴 일년만에 퇴사했다. 박씨는 “연봉은 중소기업치고 꽤 높았지만, 어떻게 해야 발전할지 뻔히 보이는데도 아무도 그렇게 하려 하지 않았다”며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회사에서 배울 게 없어 보였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이후 연봉은 더 낮지만 규모가 크고 전망도 밝은 외국계 생활용품 대기업에 신입으로 입사했다.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이들에게도 퇴사 고민은 있다. 유명 금융 대기업에 입사했던 최모(27)씨는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회사내 만연한 성차별 때문에 일년만에 회사를 나왔다. 젊고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를 우선순위에 두고 재취업을 준비했던 최씨는 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인 IT기업에 새로 몸 담았다. 하지만 최씨처럼 사직서를 던지는 이들은 오히려 소수다. 업계에서 손꼽히는 물류 대기업에 취직한 김모(28)씨는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인재 개발엔 무관심한 회사의 태도에 환상이 깨졌지만, 취업난과 미래 걱정 때문에 당장 퇴사는 못하고 있다”며 “1순위로 가고 싶었던 회사를 목표로 취업반수를 준비할 계획”이라 귀띔했다. 김씨와 같은 ‘취업 반수생’들은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잠재 실업자’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겐 ‘칼퇴(정시퇴근)’도 일자리의 질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작은 건축감리회사에 다니다 취업 재수를 한 최모(27)씨는 “저녁마다 업무와 관련 없는 술자리가 계속되는 데 질렸다”며 “연봉도 낮고 비전도 없는데 ‘저녁 있는 삶’이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에 퇴직을 결심했다”고 했다. 대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굴지의 중공업 회사에 취직했던 안모(27)씨는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대문화”를 참다못해 세달만에 퇴사했다. 안씨는 “일을 마쳐도 부장 눈치를 보느라 퇴근할 수 없는 현실이 괴로웠다”며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근무시간이 길어 시급으로 따지면 많은 것도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강남에서 유료 취업 스터디를 운영하는 취업컨설턴트 임모씨는 “생계를 이유로 일단 취업을 했다가 연봉, 적성, 평판 등의 문제로 이직을 하기 위해 취업 스터디를 찾는 청년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소 홍준표 연구원은 “양질의 일자리가 없고, 있다고 해도 입사경쟁이 치열해 청년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청년들이 ‘묻지마 취업’에 내몰리는 원인을 진단했다.

/김기혁·변수연·빈난새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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