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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최종변론…역사적인 7시간 숨죽여 본 시민 방청객 인터뷰

방청객 자리 선착순 줄에 집회 측 다수 끼어들기도

국회 측 90분 대통령 측 5시간..."주장 반복되고 길어"

27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안국역 헌법재판소 앞 모습. /유창욱기자




마지막 탄핵심판 현장 시청했던 시민 방청객 인터뷰 영상 /영상=서울경제DB
‘사건번호 2016헌나1 대통령(박근혜) 탄핵’.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이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 8명의 재판관은 평의를 열어 국회와 대통령측 주장을 근거로 토론한 뒤 최종 표결인 평결을 남겨두고 있다. 평결 결과를 토대로 헌재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 파면’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종 변론기일이 열린 지난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는 시민 방청객 40명이 자리했다. 온라인으로 신청받아 추첨으로 뽑힌 24명과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방청권을 받은 16명이었다. 대심판정 앞에서 만난 이들은 얼굴에 다소 긴장감이 띄었지만 모두 담담하게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7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헌재 마지막 최종변론, 역사적 순간을 숨죽이며 지켜본 이들을 만나봤다.

국회 측 90분 대통령 측 5시간…“주장 반복되고 길어”

대면조사 응하지 않은 대통령, 법적으로 유리한 위치

대부분 방청객들은 시민으로서 직접 탄핵 시시비비를 판단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씨(21)는 “새벽 6시부터 줄을 서서 방청권을 얻었다”며 “사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역사에 기록될 순간을 생생하게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50대 회사원 최씨(58)는 “회사가 쉬는 날이라 왔다”면서 “국회도 대통령 편도 아닌 그냥 국민으로 지켜보려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박씨(27)는 “1차 변론부터 온라인 신청을 했는데 이날 처음으로 선발됐다”며 “이런(대통령 탄핵) 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가 유감이고 착잡하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방청객들은 전체적으로 국회 측과 대통령 측의 변론에 제각각 약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회 측과 대통령 측 공방전을 대학교 시험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씨(21)는 “국회 측은 정말 시험 답안지 분량에 맞춰 딱 한 장을 쓴 반면 대통령 측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처럼 몇 장을 더 썼다”며 “하지만 국회 측 내용이 좀 허술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논리는 더 듣기 편했다. 대통령 측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측의 변론이 지나치게 길다고 말한 의견도 있었다. 강씨(27)는 “(대통령 측은) 계속 자기들이 유리한 쪽으로만 말하고 한 말을 반복한다”며 “대통령 측에서 특검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거꾸로 지금 그들이 여기 있는 사람들을 강압 수사하는 격”이라 비판했다. 이어 “국회 측은 헌법으로만 따져 법리적으로 간단 명료하게 얘기한 반면 대통령 쪽은 쓸데없는 말을 하다 제지받기도 했다”며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게 뭐가 잘못됐는지 법리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씨(24)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박 대통령은 명명백백히 밝히지 않았고 변호인은 (이런 무응답에) ‘표현의 자유’라 말하기만 했다”며 논리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조사 증거가 불충분했을 수 있다. 헌법 자체가 대통령을 조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대통령에게 유리한 공방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재판 편향성 논란엔 “대체로 공정했던 편”

집회 간 충돌에는 “사회가 받아들여야”

지난 22일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에서 강일원 재판관에게 “국회측 수석 대변인 같다”고 발언해 한차례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8인 체제’ 재판으로는 공정한 판결이 어렵다며 그동안 재판부의 심리에 불만을 토로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재판을 지켜본 방청객들은 대부분 재판관에 대한 별다른 치우침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27)는 “일부 대통령 측 대리인이 과격한 발언을 했을 때 주의를 준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제지가 없었다. 재판관들이 중립적으로 잘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씨(21)도 역시 “대부분의 재판관들이 조용하게 듣는 입장이었고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노력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민들은 이번 탄핵 심리 절차 과정에서 빚어진 집단 충돌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던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정씨(23)는 “서로가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애초에 성립된 가치관이 달라 대화로 완전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일단은 판결 결과에 각자가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김씨(21)는 “헌재 앞에서 집회를 조금 전까지도 계속 하던데 그게 민주적인 방식은 맞지만 때로는 공격이 되기도 한다”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지 않는 것만큼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씨(58)는 “어느 나라에든 진보와 보수 등의 차이는 있지만 누군가가 잘못을 했는데 그걸 감싸는 건 민주사회가 아니다”며 “잘못된 건 잘못됐다 말하고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가는 사회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날도 보수단체 회원들은 헌재 앞 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3·1절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더욱 첨예하게 치솟은 대립 앞에 이제 남은 건 헌법재판관들의 법리적 판단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할 대통령이 그 의무를 저버렸다’는 국회 측 입장과 ‘정치적 책임을 법률적 책임으로 주장하는 것은 안된다’는 대통령 측의 주장에 헌재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정수현기자·유창욱인턴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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