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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중도금 대출 규제의 빛과 그림자

노희영 건설부동산부 차장





지난 1978년 출간된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주인공 난쟁이 가족이 그토록 소망한 것은 바로 ‘아파트’를 갖는 것이었다. 주거 환경이 낙후된 서울 강남이 재개발되던 시절 난쟁이 가족은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을 받고 쫓겨나듯이 집을 나오지만 개발업자와 투기꾼들은 떼돈을 버는 부조리가 펼쳐진다.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도시 빈민들의 삶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고달픈 삶은 2017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내 집 한 번 가져보겠다며 아파트 청약 통장을 만들고 모델하우스를 기웃거리는 이들이 아직도 즐비하다. 도시 근로자가 몇십 년어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기사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정부 정책이 등장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에 놀란 정부가 중도금 대출을 틀어막은 것이다. 아파트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일괄 승인해주던 중도금 대출에 금융당국이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자 대출이 아예 어려워지거나 금리가 터무니없이 오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아파트 분양을 받은 실수요자들마저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까지 나타난다고 한다.



기자와 만난 많은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내놓은 중도금 대출 규제가 부동산 경기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둔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도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건설업계도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해 자금난에 몰리게 되고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의 절반 이상을 건설투자에 의존한 한국 경제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으며 도리어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나는 후폭풍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역대 최고 수준인 1,344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보다 깊숙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규모는 108조5,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부채의 10%에도 못 미친다. 이를 옥죄어 가계부채의 규모 및 증가 속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그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은 무엇일지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규제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마련 길이 막히는 이른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도 방지해야 한다.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한 서민이나 무주택자 등에 대한 지원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집단대출 규제 외에 다른 방식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병행해 검토해볼 만하다.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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