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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국 부동산시장, 더 많은 아기가 필요하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처음에는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는 줄 알았다. 찬찬히 읽어 보니 우리 부동산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였다. 3월6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된 외국인투자가의 기고 원고 제목은 이랬다. “한국의 부동산 광풍(craze)은 더 많은 아기를 필요로 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거래된 1,000만달러 이상 부동산 거래액은 119억달러로 2015년의 103억달러에 비해 15.5%나 늘었다. 이 중 외국인 투자비중은 19%였다. 금액만 보면 우리 부동산 거래액은 동남아시아 전체 거래액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인구는 우리보다 12배나 많다. 또한 한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액은 지난해 74억달러로 2009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우리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두고 몇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인구문제다. 한국의 출산율은 1.2%로 이웃 일본보다 낮고(1.43%), 세계 212번째 저출산 국가인데도 캐나다나 호주처럼 이민자를 반기지도 않는다. 서울만 해도 부동산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부족한 것이 진짜 문제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과대평가돼 있다는 것이 외국인투자가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외국인투자가들이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 발을 뺄까? 그 답은 한마디로 ‘노(No)’다. 한국에는 부동산 투자수요가 넘치기 때문에 살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사용권 대신 확실한 부동산 소유권(freehold)을 가질 수 있다, 한국의 고급 부동산 투자수익은 다른 나라보다 아직 양호하다는 등등의 이유를 들이댄다. 하지만 제아무리 소유권이 잘 확립된 빌딩이라고 한들 세입자가 없다면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위험하다는 경고도 덧붙이고 있다.

외국인투자가의 시각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는 주로 서민이나 저소득층 같은 ‘소득계층별 단기 주택공급 정책’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인구학적 측면에서 장기 주택수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부동산 시장에 만성적인 ‘공급부족·초과수요’가 존재했다면 올해부터는 ‘공급과잉·수요부족’을 걱정해야 할 시대가 왔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부터 줄어든다. 우리에게도 인구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급구조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특히 저출산 대책과 연계한 청년층의 주거대책이 중요하다. 우리 청년들의 늦은 결혼과 출산 기피 원인은 과도한 교육비와 주거비 부담 탓이 크다. 교육개혁과 함께 청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거비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저출산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다. 이제는 연령대별·세대별로 부동산 불균형 실태를 파악해 청년층의 주거대책에 더 큰 정책적 역량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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