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탄핵은 짧고 미래는 길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권력 분산·후보 자질 검증 등

탄핵서 얻은 교훈 실현하려면

개헌·국민 의식 변화 등 필요

'유능한 대통령'에 한 표 행사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정치권에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자택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돌아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던졌다. 사실상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불복 선언이다. 더구나 강성 친박들이 정무·법률·공보·수행 등으로 분야를 나눠 박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런 일련의 행동은 자택정치로 보수층을 결집해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오는 21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또다시 ‘찬박 대 반박’ ‘보수 대 진보’로 갈라져 나라가 두 동강 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이 자택정치로 이런 갈등을 조장한다면 영원히 죽는 길로 가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정치 거물로 지난 2009년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는 매사추세스 연방 상원의원으로 40여년간 봉직하면서 민권과 사회정의, 경제적 기회, 이민법 등 많은 분야에서 근본적 변화를 일으킨 진보 법안들을 앞장서 추진했다. 그의 아들은 장례식 조사에서 “아버지는 늘 진보의 민주당이 미국을 사랑하는 것만큼 보수의 공화당도 조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촛불도 태극기도 일부 극렬세력을 빼고는 모두 나라를 걱정하고 사랑한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단장을 맡았던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이 헌재 결정 직후 “촛불이든 태극기든 모두 우리가 존중해야 하고 사랑해야 할 국민”이라며 “이번 사건은 모두가 승리자이고 패배자이다”라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복은 파멸을 향한 질주이고 승복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우리 사회에 던진 교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몰려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라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대통령을 정말 잘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개헌을 하고 대선에서 후보의 자질 검증을 확실히 하라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박 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인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탄핵이기도 하다. 견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반드시 망한다는 것이 철칙이다. 최근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단일 개헌안을 만들어 대통령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치르는 안에 합의했다. 외치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 내치는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맡는 것을 골자로 하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연대’를 구축해 대선판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물론 개헌이 진정성보다 ‘반문재인 세력 규합’과 같이 정략적 도구로의 활용에만 치중되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개헌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제도가 바뀐다고 기대한 효과가 저절로 담보되지는 않는다. 권력은 분산시킬 수 있지만 정치 갈등은 고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찬성하는데 총리는 사드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따라서 개헌을 할 때 제도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만 강조하지 말고 제도의 정치적 효과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헌을 할 때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만 치중하지 말고 의회·선거·정당 제도, 지방분권 등의 개혁과제들도 함께 고찰해야 한다. 이제 국민의 관심이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서 어떤 자질을 갖춘 대통령을 뽑아야 하느냐로 바뀌어야 한다. 누가 공정과 책임의 시대정신에 적합한지, 사익보다 공익에 앞장서며 공공성의 원칙에 충실한지, 극단과 배제의 정치에서 벗어나 분권과 협치를 잘할 수 있는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도국가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잘했는지를 기준으로 투표해야 한다. 현명한 유권자가 유능한 대통령을 만들고 유능한 대통령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