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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와 함께 서울을 걷~자] 성동구 중랑천·서울숲길

살곶이 조각공원의 남동생 ‘가람이’와 누나 ‘여울이’ 남매상. 계절마다 옷을 갈아있는 콘셉트로 인기다. /사진제공=성동구




서울 성동구에 있는 중랑천·서울숲길 4.5㎞ 코스는 중랑천이라는 시내 하천과 서울숲이라는 도시공원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명품 걷기 코스다. 서울숲을 옆에 두고 중랑천과 한강 변을 걷는 것이 코스의 3분의 2이고 나머지는 서울숲 속을 직접 지난다. 서울경제신문이 성동구·서울시와 함께 3월 26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진행하는 ‘서울경제와 성동구가 함께하는 서울숲길 달팽이 마라톤’을 통해 이 코스를 보다 쉽게 경험할 수 있다.



3월 26일 서울숲길 ‘달팽이 마라톤’의 출발지인 살곶이 체육공원


걷기의 시작점은 성동구 사근동 살곶이 체육공원이다. 살곶이 체육공원은 근처에 ‘살곶이 다리’가 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얼핏보면 허름하고 그냥 오래된 다리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역사의 귀중한 유산임에 틀림없다. ‘살곶이 다리’는 조선시대 건설된 돌다리 중에서 가장 긴 다리다. 함흥에서 돌아온 태조 이성계가 아들 이방원(태종)을 이곳에서 만났는데 화를 참지 못한 이성계가 활을 쏘았고 다행히 태종이 피함으로써 화살은 빗나갔다.

조선시대 가장 긴 돌다리인 ‘살곶이 다리’의 모습. 조선시대에는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핵심 간선도로였다.


그 화살이 꽂혔던 곳이라고 해서 ‘살곶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지금은 돌다리 이름으로 남아있다. 돌다리 자체가 세워진 것은 태종으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성종 14년(1483년)이다. 살곶이 다리는 존재 이유가 더 중요하다. 이 다리는 한양도성에서 나와 뚝섬을 지나고 강원도와 충청도로 이동하는 조선시대 핵심 교통로였다. 조선의 교통만의 상징적인 존재다. 덕분이 5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재하다. 정식명칭은 ‘평평해 평지를 것는 것과 같다’해서 제반교(濟礬橋)였다.

물론 살곶이 체육공원에서 살곶이다리에만 눈길을 주면 ‘여울이’와 ‘가람이’가 섭섭하겠다. 남매인 이들은 사실 아이들 얼굴의 조각상이다. 살곶이 체육공원은 인라인 전용 스케이트장, 축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 다목적 체육공원인데 특히 조각공원으로도 유명하다. 조각공원에는 12점의 조각공원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남매상이다. 즉 누나가 ‘여울이’이고 남동생이 ‘가람이’다. 원래는 벌거벗은 형상이었는데 그 모습이 안쓰러워 누가 옷을 입혔고 이제는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유명인사가 됐다. 남매상 외에도 곡식의 결실을 형상화한 ‘결실’, 사슴과 대화하는 모양의 ‘대화’, 푸른 꿈이라는 뜻을 가진 ‘블루드림’ 등이 있다.

중랑천에서 한가로이 철새들이 노닐 고 있다.


살곶이 체육공원을 출발하고 살곶이 다리를 지나면 중랑천을 따라 멀리 쭉 뻗은 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자전거 도로, 오른쪽으로 인도로 구분된 최적의 걷기 코스다. 중랑천변의 갈대는 지나침의 지루함을 희석시켜준다. 갈대 숲 사이로 보이는 강속에는 수십 마리의 새들이 먹이를 찾는지 바쁘다. 그리고 길가에 서 있는 ‘중랑천 하류 철새보호구역’이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흰죽지, 청둥오리, 왜가리, 황조롱이, 원앙 등의 철새들이 도래하는 곳이란다. 서울시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기도 하다.

중랑천 건너편 레미콘공장인 삼표산업 성수공장을 배경으로 자전거가 지나고 있다.


중랑천 건너 눈에 거슬리는 것도 있다. 레미콘 공장이다. 레미 콘공장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레미콘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이 도심 한복판에, 그것도 서울의 자랑인 서울숲 옆에 있다는 것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1977년부터 가동됐다고 하니 한참 오래됐다. 재개발·재건축으로 늘 공사중인 서울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도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닌 듯하다.

3월 24일 응봉산의 모습. 개나리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면서 산이 노랗게 변하고 있다.


개나리가 활짝핀 응봉산의 모습. 지난해 4월초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성동구


살곶이 다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나지막한 산이 보인다. 바로 응봉산(95m)이다. 산 모양이 매(응·鷹)처럼 보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조선시대 역대 국왕들이 이곳에서 매사냥을 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앞에서 언급된 태종 이방원이 최고의 매사냥 애호가였다고 한다.

현대의 응봉산은 개나리 축제로 유명하다. 산 전체를 노랗게 물들인 개나리가 장관이다. 올해 ‘응봉산 개나리 축제’는 오는 3월 31일부터 4월2일까지 열린다. 사진작가라면 응봉산과 활짝 핀 개나리, 그 사이를 지나는 기차 그리고 때로는 강변을 걷는 시민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담는 것을 꿈꾼다. 1년중 잠깐 밖에 맛볼 수 없는 귀한 광경이다. 기자가 방문한 24일에는 아직 개나리의 힘이 약했다. 하지만 짙어지는 색깔만큼 기대도 커지니 오히려 고맙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전으로 추정되는 저자도 모습. 왼쪽이 중랑천과 이어진 샛강이고 오른쪽이 저자도다. /사진제공=성동구


과거 저자도가 있었던 자리에는 무심하게 강물만 흐르고 있다. 저자도의 흙은 한강 건너 압구정 아파트 건설에 사용되고 섬은 흔적마저 잃었다.


응봉산을 뒤로 두고 중랑천은 곧바로 한강을 만난다. 중랑천을 걷다가 만난 한강은 마치 바다처럼 넓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다. 바람도 갑자기 세진다. 중랑천 물과 한강 물이 섞이는 곳에는 얼마전까지 저자도라는 섬이 있었다. 과거에 닥나무가 많아 저자도(楮子島)라고 불렸다고 하는 데 논밭과 함께 상당한 마을도 존재했다. 1930년대 기록을 보면 섬의 크기는 동서로 2,000m, 남북으로 885m의 비교적 큰 섬이었다. 비극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에 휩쓸리면서다. 섬은 황폐화 됐고 이후 방치되다가 지난 1970년대 이곳의 흙을 파다가 강 건너편 압구정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사용되면서 그 흔적마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응봉산 앞에서 중랑천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 뚝섬이다. 뚝섬은 과거에도 섬이 아니었다. 멀리서 보면 중랑천과 한강에 포위된 이 지형이 마치 섬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에는 유명한 군사훈련장이었고 이를 위한 국영 말사육장도 있었다. 이후에는 서울의 중요한 농산물 공급지가 되기도 했다.

서울숲에도 봄이 찾아왔다. 놀이터 옆의 꽃들


서울숲에 세워진 기마상. 과거 이곳에 경마장이 있었던 추억이다.


한강 변을 거슬러 올라가다가 ‘서울숲 13번 입구 도하터널’을 통해 서울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해방 후 만들어진 서울경마장과 골프장을 없애고 지난 2005년 문을 연 것이 지금의 서울숲 공원이다. 서울숲 공원에는 아직도 일부 경마시설을 남아 있긴 하다. 115만㎡(약 35만평) 면적의 서울숲은 광장, 문화예술공원, 자연체험학습장, 생태숲 등으로 나눠져 있다. 사슴방사장도 있어 꽃사슴 먹이주기도 할 수 있다.(최근에는 구제역 때문에 잠시 폐쇄됐다.) 대형 놀이터는 아이들의 절대적인 인기다.

소나무·섬잣나무·계수나무 등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가득한 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최종 목적지인 서울숲 야외무대(성동구 성수동)가 보인다. 걷기 애호가라면 반드시 경험해야 할 서울의 걷기 명소가 중랑천·서울숲길 달팽이 마라톤 코스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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