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31일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범(汎)보수 진영의 후보가 모두 확정되면서 홍 지사는 후보 단일화와 당내 주류인 친박계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두 가지 딜레마를 헤쳐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총 54.15%의 득표율을 보인 홍 지사를 당의 19대 대선후보로 선출했다. 김진태 의원의 득표율은 19.30%에 그쳤다.
홍 지사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난제는 차기 대선의 핵심 변수인 단일화다. 홍 지사는 ‘보수 통합’ 차원에서 바른정당과 먼저 연대를 시도할지, 아니면 ‘영호남 공동정부론’의 불을 지피기 위해 국민의당과 손잡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대선 판세에 따라 종국에는 한국당·바른정당·국민의당 후보 간 ‘3자 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단계적 연대를 생략하고 3당이 곧바로 단일화를 시도할 확률은 극히 낮다.
홍 지사 입장에서 보다 수월한 것은 옛 식구인 바른정당과의 연대다. 홍 지사는 비박계 인사지만 국민의당은 한국당 전체를 국정농단 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한국당과의 연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어렵겠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측면을 감안한 현실론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홍 지사에게 안겨줄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홍 지사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손잡는다면 확장성을 단번에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바른정당은 당과 대선후보 지지율 모두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연대의 실익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 같은 딜레마에도 불구하고 홍 지사는 수락 연설에서 “탄핵의 원인이 됐던 바른정당 사람들이 이제 돌아와야 한다. 보수우파의 대통합 대통령이 되도록 하겠다”며 보수결집을 시도했다.
친박계와의 관계 설정도 홍 지사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파괴력이 있는 비문(非文) 연대를 위해서는 친박 핵심 의원에 대한 인적 청산이 필수지만 대구경북(TK)을 비롯한 영남권의 ‘집토끼 사수’를 위해서는 친박계에 무작정 칼날을 휘둘러서는 곤란하다.
이 때문에 홍 지사는 친박 정리를 위해 당원권 정지나 출당 등의 초강경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그는 대선을 앞두고 통합을 강조하면서 일사불란한 대오를 구축한 뒤 당내 세력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홍 지사가 수락 연설에서 “더이상 한국당에는 친박도, 계파도 없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은 이중처벌이다. 이제 국민도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할 때가 됐다”고 밝힌 것 역시 이런 딜레마를 감안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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