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있어야 할 정치 망령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식 선거기간의 전반전 격인 지난 일주일간의 선거운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유권자들에게 꼭 전달하고픈 생각이 있었는지 “광주유세를 마치고 복귀하는 길에 쓴다. 이동 중에 쓴 글이라 다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양해 부탁한다“면서 서두를 열었다.
심 후보는 최근 대선판에 대해 “어째 돌아가는 꼴이 요상하다”고 했다. “허무하게 사라졌던 개혁의 골든타임처럼 ‘새로운 대한민국’도 물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뿌듯함으로 가득했던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심 후보는 국민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로 수구부패 세력의 농락, 색깔론, 볼썽사나운 대세론을 꼽았다. 그는 “촛불혁명의 기세에 잔뜩 몸을 낮췄던 수구부패 세력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희대의 헌정유린을 방조했던 자유한국당은 형사피고인을 대선후보로 내세웠다”면서 “홍 후보는 엽기적 발언과 행동으로 선거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시대착오적 비하발언으로 여성을 모독한데 이어 급기야 약물을 사용한 강간모의에 가담했다는 사실마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준표 돼지흥분제’가 뭐냐고 아이들이 물어온다면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하며 “정치 소음이 아니라 정치공동체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심 후보는 “자유한국당이 민주질서를 준수하는 정당이라면 즉각 홍준표 후보의 공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선 때마다 보수 후보의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는 색깔론에 대해서는 ‘무덤에 있어야 할 정치 망령’이라고 잘라 말했다. 심 후보는 특히 ‘주적’ 논란에 가세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겨냥해 “독재수구정당의 후예들이야 배운 게 도둑질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입만 열만 미래를 외치던 후보가, 또 인권과 평화의 고장 호남에 근거를 둔 정당이 시대착오적 이념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승리를 위해 정치적 노선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것은 새정치가 아니라 구태정치”라고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공수표’만 날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 후보는 “공수표 남발하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대세론도 볼썽사납다”며 “가는 곳마다 듣고 싶은 소리를 잔뜩 늘어놓고는, 돌아서면 딴 소리를 한다. 어렵고 곤란한 질문은 얼버무리거나 입을 닫는다”고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등 각종 복지공약의 재원마련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겠다’며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문 후보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다.
심 후보는 “국민적 공감과 사회적 합의는 선거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라며 “선거과정에서 혹독한 국민적 검증을 통과하지 정책은 집권 후에도 힘 있게 추진될 수 없다”고도 했다. 문 후보에게 중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라고 촉구한 것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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