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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서 공부하면 위법?

독서실 개념 정의 불명확한데도

당국 학원법 위반으로 대표 고발

"자의적 해석으로 과잉규제" 지적

2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젊은이들이 공부하거나 개인 업무를 보고 있다./박우인 기자




2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카페에서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있다./박우인 기자


서울 성북구에서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박남수(35)씨는 지난달 초 강북교육지원청의 전화를 받았다. 독서실을 불법으로 운영했으니 지원청에 나와 진술서를 작성하라는 내용이었다. 박씨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진술서 작성을 거부하자 지원청은 박씨를 관내 경찰서에 학원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박씨는 “열람실이나 고정회원도 없는데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공부하고 업무를 보는 곳을 독서실로 보니 황당하다”며 “창업할 당시부터 카페로 등록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냈는데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전락해 사업장 문을 닫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거나 공부하는 ‘카공족’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카페는 차나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에서 진화해 젊은이들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교육청이 시대적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과거에 만든 잣대(학원법)로 카페를 처벌하려고 해 과잉 규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카페에 대해 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는 건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이다. 이 법에 따라 독서실을 운영하려는 자는 운영자 인적사항과 교습과정·강사명단·교습비 등을 교육감에게 등록해야 한다.



문제는 법률에 독서실에 대한 개념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데도 교육 당국이 무리하게 카페를 규제하려는 데 있다. 학원법 시행령에 따르면 독서실은 학원의 한 종류로 10인 이상 학습자에게 30일 이상 교습과정과 학습장소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독서실의 경우 학습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법에 명확한 정의가 없다 보니 감독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단속이 가능하다. 실제로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에 대해 강북교육지청은 독서실로 판단하고 학원법 위반을 주장했지만 성동·광진교육지원청은 카페로 인정해 처벌하지 않았다. 강북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보니 10인 이상의 인원에게 30일 이상 학습장소를 제공한 것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9일 대법원은 학원을 “학원법 시행령이 정한 교습과정 내지 그와 유사한 교습과정을 가르치거나 이 교습과목의 학습장소로 제공된 시설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운영자가 고객에게 특정한 교습과목을 학습하게 하거나 교습 장소를 제공하지 않는 한 카페를 학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고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에 굳이 학원법을 적용해 카페를 처벌해 얻으려는 사회적 실익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계속되는 불황으로 가뜩이나 힘든 창업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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