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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끔찍한 한미 FTA 재협상·폐기" 수위 높은 발언…농산물 등 추가개방 노린 듯

韓 통상당국 발언 전해진 뒤 긴급 대책회의

"공식 요청 없어, 진위 확인중…차분하게 대응"

전문가 "美의회 설득 우선…서두를 필요없다"





우리 통상당국이 또 한번 발칵 뒤집어졌다.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계산된 발언 탓이다.

28일 오전11시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파를 타자마자 통상당국은 곧바로 실무진 회의에 들어갔다. 발언의 의미·진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어 회의는 통상차관보 주재의 통상현안점검회의를 거쳐 오후4시에는 장관 주재로 점검회의를 열었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FTA 발언이 앞으로 몰고 올 파장이 크다는 얘기다. 그간 미국 측 고위관계자들은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 “개선하겠다” 등 다양한 수위의 발언을 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끔찍한(horrible) 한미 FTA를 재협상(renegotiation)하거나 폐기(terminate)하기를 원한다”처럼 강한 수위의 발언은 처음이다.

정부는 일단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 선언 시점에 대해 “아주 곧(very soon). 지금 발표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아직 의회의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 관련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 배경, 구체적인 계획 등을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 중”이라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처럼 뭔가 노림수를 가지고 발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표현을 써 일단 상대방을 겁준 뒤 실익을 챙기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재협상 앞두고 일단 발언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미 FTA의 폐기는 물론 가능하다. 협정문 24조5항은 ‘협정은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 당사국에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한 날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다. 미국은 상품 분야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서비스 수지는 지난해에만 106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5년간 100% 이상 급증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전략 차원에서 계산된 발언을 했다고 보고 있다. 나프타 재협상을 앞두고 일단 겁을 준 뒤 실익을 챙기는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상품에 관세 폭탄 부과 등 말로 겁을 준 뒤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대신 미국의 북한 핵 시설 정밀 타격 시 중국의 용인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 18일과 26일(현지시간)에는 나프타를 폐지할 것이라고 압박하다가 신속히 재협상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루 만에 말을 바꾸기도 했다. 한국과도 마찬가지였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미 FTA 재협상 공언,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등으로 겁을 준 결과 올해 1~3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전년 대비 34.2%나 급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정택 대외경제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어떻게 보면 공약을 했던 것을 100일 이내에 이행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쇼잉(보여주기) 측면이 강하다”며 “추후 재협상이 성사되면 그런 부분들을 짚어주면서 미국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법률·의료 등 서비스 분야, 농산물 분야 등을 협의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쇠고기 등 농산물의 추가 개방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절차도 거쳐야 한다. 산업부의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한미 FTA를 재협상하려면 미국 절차법에 따라 우리나라에 통보하기 90일 전 미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하겠다고 해도 미국 내 의회부터 설득하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투수(미국)가 실제로 공을 던지기 전에 타자(한국)가 서둘러 방망이를 휘두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지금 대응하는 건 그들의 협상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고 대응을 한다 해도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할 뿐 뾰족한 수가 없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한미 FTA를 모두 걸고넘어진 걸 보면 사드 비용을 우리에게 전가하기 위해 우리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한미 FTA를 건드린 차원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강광우·이태규·서민준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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