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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 대통령 국민통합·일자리부터 챙겨라

美 등과 협력해 안보불안 해소 급선무

양극단으로 갈라진 국론 한데 모으고

공약이행 집착말고 구조조정 나서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문 대통령은 9일 치러진 선거에서 지역적으로 수도권을 비롯해 호남과 충청 등 대부분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문 대통령의 당선은 10년 만에 진보정권이 집권하게 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진보정권 탄생으로 안보와 경제 등 여러 부문에서 정책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새로운 대통령의 등장은 지난 7개월간 이어진 국정공백 사태를 수습하고 국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이는 동시에 안보를 비롯한 현안 해결을 위한 문 대통령의 사명감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중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국가안보다. 스트롱맨들로 둘러싸인 한반도 안보지형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초강력 대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반발 등 전례 없는 복합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만일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고 미국이 강력한 군사 응징에 나선다면 한반도는 그야말로 대혼돈에 빠져들게 된다.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하고 군사 도발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 기조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다. 대화의 문을 열어두되 도발을 계속하면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미 하원은 4일 북한의 원유수입 금지와 노동자들의 해외고용 금지 등을 담은 초강력 대북제재법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거나 사드 배치 반대에 나서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근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 냉정히 말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1, 2대 주주는 미국과 중국이다. 결국 우리 안보정책은 미국·일본 등 우방과 연대를 강화하고 중국이 한반도의 ‘적대적 지분 보유자’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코리아패싱(Korea Passing·한국이 배제된 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막는 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미중 등과 정상회담을 열어 주변국 설득에 나서야 한다.

안보를 확고히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의 격랑 속에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양분돼 극심한 분열양상을 보여왔다. 사드 배치에서 보듯이 국민들의 분열이 심한 상태에서는 튼튼한 안보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하루빨리 선거 후유증을 털어내고 국민 대통합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낮은 자세로 모두를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불통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만 절대선이고 다른 사람들은 절대악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강조했던 적폐청산 프레임도 내려놓아야 한다. 여소야대로 출발하는 새 정부가 개혁입법이라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부터 겸허한 자세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단행하게 되는 인사에서 진영과 당파·지역을 초월한 대통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 선순환 구조의 시발점이 바로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부족한 가운데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임금이 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9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청년들은 실업률이 10%를 넘어서면서 취업문 뚫기가 어려워지자 공무원시험에만 몰리고 있다. 일자리는 단순히 경제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양극화 심화와 소비부진, 가계부채 악화, 결혼 기피 등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지만 고용 문제에서 정부는 마중물을 붓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글로벌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우리 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새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호무역주의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통상 리더십도 발휘해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선거 때 쏟아낸 대선공약 가운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모든 공약을 무리하게 고집하다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선거 때 제시했던 포퓰리즘 공약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우선순위를 따져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공약을 이행하자면 집권 5년간 200조원 가까운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전망도 나와 있다.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재정절감이나 세원확보 등의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이를 곧이곧대로 지키기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 기초연금이나 청년수당·아동수당 같은 과도한 복지공약은 세입 규모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실업대란이나 저출산 문제 등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거대담론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국가 미래 설계에 크나큰 짐이 될 우려가 크다. 공약과 재정 사이의 균형을 찾고 민간 부문의 성장동력을 되살린다는 확고한 원칙 아래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약을 재구성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국민들에게 나라 형편을 자세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새 정부의 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지금 우리나라 안팎의 사정이 어렵지만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인재를 두루 기용하면서 안보와 경제 환경 개선에 나선다면 우리 국운이 다시 활짝 필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문 대통령이 어둠을 걷어내고 대한민국 성공시대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 선거 때 공약했던 대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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