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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北 핵·미사일 의지 확고..."韓·美 제시 '메뉴' 보고 대화" 메시지

김정은, 핵·미사일 고도화 사실상 마이웨이 선언

北 체제인정·적절 대우땐 대화 테이블 앉을수도

김정은(가운데)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지난 14일 새벽 진행된 중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직후 웃고 있다. 김 위원장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있다”고 위협했다./연합뉴스




북한이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춰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은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테이블에 나오라는 새 정부와 미국에 대한 대답이다.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으니 대화하고 싶으면 한미가 알아서 테이블을 차려놓으라는 메시지를 담아 이번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북한 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고강도 도발’로 분류된다. 새 정부와 미국의 대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떠보기 위한 ‘저강도 도발’이 아니다.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보내기 위한 기술 개발이 완성 단계에 도달했음을 과시해 대화 기회를 탐색 중인 한미를 컨트롤해보겠다는 게 이번 도발의 의도로 해석된다.



◇김정은, ‘마이웨이’ 결심 뚜렷한 듯=국제사회는 이번 도발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의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 정부 청와대의 한 외교안보 분야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은 자신의 통치 노선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핵과 미 본토 타격수단(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때문에 핵폐기를 전제로 한 협상에는 응하지 않을 게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닮고 싶어한다. 핵·경제 병진노선 또한 김일성이 1960년대 주창한 ‘경제·국방 병진노선’과 유사하다. 김일성은 1950~1960년대 중국과 소련의 대립과 갈등을 보고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고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주체사상과 병진노선을 택한 바 있다. 김정은 역시 비슷하다.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해 미국과 대등하게 맞서는 한편 경제를 발전시켜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고 있다.

대화 의지를 가진 새 정부 출범에 맞춘 이번 도발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보다 이해하기가 쉽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전제한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새 정부가 남북 대화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현실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메뉴’가 마음에 들면 테이블에 앉을 수도=이번 미사일 발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절한 상황이 되면 북과 대화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한반도 문제 당사국 간 대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로 대화 기대감은 일순 냉각된 게 사실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15일 “반세기가 넘도록 지속되어온 조미 대결이 수뇌(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트럼프 발언 하나로 저절로 해소될 리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를 완전히 거부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미국 전직 고위 인사들과 ‘1.5트랙’ 협의를 진행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정부와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북한이 대화 재개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고 내용에서도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략적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이 초강대국인 미국과 끝까지 대결하겠다는 꿈을 꿀 리 없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 대통령의 중국 특사단에 포함된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는 대결이 아니라 무력 시위와 대화를 병행해 자신들의 안보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라면서 “존재를 인정해주고 적절한 대우를 해주면 대화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뜻”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신보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조선의 ‘굴복’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책략을 버리고 미국 스스로 대화를 위한 ‘적절한 상황’을 만들어나가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미국이 테이블에 어떤 메뉴를 내놓느냐가 대화의 관건임을 시사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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