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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한중관계 뉴노멀, 어떻게 맞을 것인가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사드, 동북아 전략균형 문제 전환

전작권·북핵 민감도 약화 등 묶어

패키지 딜 접근 외교 주도권 찾고

중국 전략통 등용 대화 재개해야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한중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속하게 축전을 보낸 데 이어 이례적으로 전화를 먼저 걸어와 양국이 차이를 좁혀나가자는 구동화이(求同化異)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하듯 새 정부는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정부대표단을 보냈고 이어 대중국 특사를 파견해 양국 현안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길은 멀고 어깨는 무겁다. 왜냐하면 중국의 부상에 따라 한중관계는 세계질서의 차원에서 재구성되고 있고 미중관계가 협력이든 갈등이든 위상을 정립하게 되면 한반도 문제가 다시 국제화되거나 종속변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외교가 주도권을 회복하고 한국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그 시험대는 바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찾는 일이다. 이미 사드 문제는 북핵에 대응하는 방어무기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동북아 전략균형의 문제로 전환됐고 여기에 당사국들의 국내정치가 맞물린 양면게임으로 전개되면서 정책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따라서 이 문제는 패키지 딜을 통해 풀 수밖에 없다. 즉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한미일 지역동맹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선택, 남북관계 복원을 통한 북핵 민감도 약화, 한미동맹의 재해석, 위안부 재협상 등 역사문제에 대한 공동인식, 사드 운용시스템에 대한 한국의 개입,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포함한 정책 투명성 확보, 한중전략대화의 내실화를 포괄적으로 묶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목표도 대담한 합의보다는 일단 한중관계의 부정적 신호와 흐름을 바꾸고 이를 역진이 불가능하도록 관리하는 데 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사드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한중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았던’ 시기로 돌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사실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제품경쟁력을 잃고 있었고 롯데 등 유통기업도 온라인 시장 등 변화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대표적 한국의 문화상품인 한류에 대한 중국 청소년들의 열기도 식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사드 배치 결정은 설상가상으로 덮친 문제였을 뿐 사드 먹구름이 걷히면 우리 기업의 대중국 경쟁력을 다시 살려줄 비장의 카드는 애초부터 아니었다.

이러한 한중관계의 뉴노멀에 적응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대중국정책에도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 중국이 중요해졌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그동안 청와대·외교부·국방부에 제대로 된 중국 전략통 한 사람을 앉혀놓지 못했다. 사람을 키우지도 않은 채 위에서 보낸 ‘지침’을 집행하도록 순치되면서 전략적 비전과 야성을 잃었다.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나타난 한국의 대중국외교의 민낯은 바로 이러한 밀실행정이 만들어낸 귀결이었다.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정부의 노력은 차치하고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그리고 국방부와의 소통도 없었고 ‘전문가’들의 다른 견해는 정보를 독점한 관료들의 논리 속에 쉽게 묻혀버렸다.

다행히 새 정부는 출범 이후 광장에서 학습한 소통과 협치를 강조했다. 대중국정책 공약에서도 중국과의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난 2014년 7월 한중 정상이 이미 합의하고 가동하지 못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중국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고위전략대화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한 손을 잡고 있어야 상대의 다른 한 손의 행동에 대비할 수 있다. 다만 정부 출범 초기에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욕과 조급함은 금물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도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오늘의 디딤돌이 내일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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