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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좌파의 종언

김희원 국제부 차장





진보정당이 9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우리나라와 달리 세계 주요국에서는 ‘좌파의 몰락’이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집권 좌파 사회당을 탈출해 중도 신당을 꾸린 신예가 대권을 꿰찼고 독일에서는 좌파 사민당이 올해 세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완패하며 올가을 중도 우파의 4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네덜란드에서도 우파 집권당이 승리한 반면 연립정권의 다른 축인 좌파 노동당은 실정의 책임을 홀로 지고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이례적으로 민주당이 양원 모두 소수당이고 브라질·멕시코 등의 남미 주요국 정부도 우파다. 반정부 시위가 치열한 ‘우고 차베스’의 나라 베네수엘라 역시 놀랍게도 좌파 정권 축출이 사회적 염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약 10년, 각국에서 유독 좌파 정권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지 못한 좌파식 구호가 극한에 선 국민들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기며 ‘대안이 되지 못한’ 대안 세력에 철퇴를 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노동인력의 20%가 공무원으로 매년 좌파 정권의 임금 상승을 즐겼던 그리스의 국가부채 위기를 기점으로 냉철한 현실감각과 재원이 없는 정책은 성공할 수 없고 더 큰 반발을 부른다는 교훈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계층 간 이동 사다리마저 끊긴 교육 문제는 ‘아이들을 입시 지옥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식의 영혼 없는 좌파 구호로는 풀 수 없다. 외국어고 폐지 등도 내신등급 간의 차이마저 없앤 대입정책의 변화와 선행학습으로 ‘돈으로 학벌을 사는’ 사회를 만든 학원 사교육의 근절 없이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정부가 개인 빚을 사실상 종용하며 부풀 대로 부푼 부동산 대출 문제도 선진 각국처럼 채무 구조조정 속에 ‘집값 연착륙’을 시도하는 고육지책 없이는 회복 사이클을 보기 힘들지 모른다.



새 정부가 중차대한 현안을 풀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각국 야권이 부채와 청년실업 등 당면과제를 외칠 때 뜬금없는 무상급식론으로 정권 교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5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공공 일자리를 늘리려면 정부지출 확대에 따른 상쇄 방안이 필요하다. 노동 시간을 줄이고자 한다면 기업의 피해를 막을 인센티브와 이로 인한 세수 공백을 메울 대안을 제시해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정부채무를 부풀리며 또 다른 위기를 부를 포퓰리즘일 뿐이다.

얼어붙은 국민의 가슴이 원하는 것은 청와대를 박차고 나오거나 트위터에 댓글을 달고 원탁에 앉는 일이 아니다. 일반 국민에게 더 많은 권리가 돌아가도록 문제의 근원을 치열히 파악하고 합리적 대책을 세워 결과를 일구는 ‘일하는 정부’다.

그들의 오늘이 우리의 5년 후가 되지 않도록, 실용적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민생의 입장에서 사회 문제를 풀어갈 새 정부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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