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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후보자가 감정에 북받친 이유는

21일 경기도 과천시의 모 음식점에선 신임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김동연 후보자와 기자들과 상견례 자리가 있었다. 자신의 경제 철학과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하던 김 후보자가 갑자기 목소리를 가늘게 떤 순간이 있었다. 2013년 먼저 떠나 보낸 큰 아들을 회상하는 대목에서다.

회상의 발단은 김 후보자가 지난 5일 펴낸 ‘있는 자리 흩트리기’라는 저서였다. 그는 이 책을 아들 때문에 쓰게 됐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백혈병으로 힘들어 하던 아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 아빠하고 같이 책을 써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아들은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당시 아들은 말을 하기도 힘든 상태여서 긍정의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기투합을 한 지 며칠 뒤, 본격적인 책 집필을 시작하기도 전에 아들은 세상을 떴다. 당시 국무조정실장이던 김 후보자는 큰 고통에도 불구하고 빈틈없이 국정을 처리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발인한 당일 오후에 출근했고 다음날 원전비리 근절대책을 직접 발표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날 3년도 넘은 아들과의 기억을 회상하며 울먹이는 모습은 그간 내색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온 아픔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케 했다.

김 후보자는 이듬해 공직에서 물러난 뒤2015년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에서 젊은이들을 많이 만나면서 ‘아들과 함께 책을 썼다면 어떤 내용으로 썼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3년 동안 틈틈이 글을 써서 올 5월 5일에 마침내 책을 출간했다. 이날은 아들의 기일이기도 했다.

그는 “책 내용은 경제 정책 같은 거창한 문제는 아니고 내가 경험한 것, 평소에 느끼던 것들을 취업난 등으로 힘들어 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내용으로 풀어 쓴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 김 후보자를 힘들게 했고 오늘의 청년들을 옥죄고 있는 환경이란 틀, 자기 자신의 틀을 깨고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반란’을 일으켜보자는 내용이다.



책은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방안으로 ‘사회보상체계’를 바꾸는 것을 제시했다. 어떤 사람은 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이미 확보한 사회적 지위 등으로 큰 이윤을 누리고 어떤 사람은 갖은 고생을 하고도 적은 이득을 얻는 데 그치는데 하는 일에 따라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도록 사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사회보상체계 개선 문제는 비단 현 정부뿐 아니라 어느 시대, 어떤 정부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면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책의 내용을 경제 정책과 상관 없는 얘기라고 했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시대적 과제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 셈이다. 그 결과물은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민한 시간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아들이 김 후보자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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