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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핵, 우공이산 지혜로 접근을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北 탄도미사일 등 도발 지속 불구

"남북교류 협력 우선" 주장 나와

'민족공조' 아닌 '국제공조' 필수

최대 제재 기반한 대화 나서야





문재인 정부 출범 4주차를 맞아 분야별 해결과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 공약 외에는 북핵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4대국 특사들이 해당국을 방문해 152일간의 외교 공백을 메우는 데 진력했다. 한미 동맹,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위안부 협상, 한러 관계 등 뜨거운 현안의 실상을 현장에서 절감했다. 특사단 보고에 따르면 녹록한 이슈는 하나도 없었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국제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권 초기의 와중에도 북한은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북한은 새 정부 출범 4일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서는 등 도발을 계속했다. 특히 고각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을 경우 사거리가 5,5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일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북한도 대형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신형 지상 대 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 ‘화성-12’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험발사 현장에서 김정은은 이번 발사를 대성공이라고 평가하면서 정밀화·다종화된 핵무기들과 핵 타격 수단을 더 많이 만들어내라고 명령했다.



북한의 의도는 두 가지로 평가된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테스트다. 선거 기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등 유화적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의 ‘마이웨이’ 전술 아래 새 정부의 대응을 파악하려 한다. 다음은 미북 간에 최근 제기되고 있는 협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략이다. 김정은은 탄도미사일 발사 후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자신들의 타격권에 들어 있으며 미국이 오판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함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기 싸움을 시사했다. 최근 최선희 북한 미주국장이 ‘여건이 되면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발언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과의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한 상황을 반영했다. 문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대화의 가능성은 열어놓았지만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남북교류 협력의 우선을 주장하는 ‘민족자주파’ 인사들이 통일특보·국정원장 및 청와대 안보실 등에 포진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 주장도 공론화되고 있다. 통일특보는 5·24조치 해제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장했다. 민간교류의 일환으로 비정부기구(NGO)의 방북과 말라리아 방제약 등의 지원도 긍정적으로 검토됐다. 지난 9년간 보수정부에서 중단됐던 교류와 지원이 서서히 봇물 터지고 있다. 하지만 대북 지원은 인도적 차원을 넘어설 경우 국제공조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안보리 결의안 2270호, 2321호와의 어긋남이 최소화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4대 대북정책 기조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도 배제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우선은 최대한의 제재가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가닥을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서울의 민주당과 워싱턴의 공화당이라는 조합은 대북 문제에서 만장일치보다 불협화음의 키워드가 우세할 것이다. 차근차근 그러나 지속적인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지혜로 북핵에 접근해야 한다. 미중 정상도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북핵이다. 새 정부가 국제공조를 무시하고 민족공조로 북핵에 과속 접근한다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이른바 ‘달빛정책’은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이 변하지 않는다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당분간 작동되기 어렵다. 집권 초기 한미공조로 토대를 튼튼히 한 다음 평양과 문제 해결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대북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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