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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의무병 인권문제, 국방개혁 정식 과제 돼야

맹준호 정치부 차장





지난 4월28일 ‘의무복무 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은 국회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장문의 회견문을 읽었다. 그중 한 대목을 좀 길지만 옮겨보겠다.

“군에서 사망한 아들에게 그 엄마가 쓴 하늘나라 편지는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조차 가슴을 메이게 합니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다음 생애에서는 부디 내 아들로 태어나지 말거라. 대신 돈 많고 권력 있는 집의 아들로 태어나 너도 미국 국적 가지고 누구처럼 군대 가지 말고 행복하게 네 천명만큼 살아보거라. 미안하다. 내 아들아. 이 못난 엄마가 네 엄마라서.”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의무복무를 위해 입대하는 청년은 매년 27만여명. 그중 매년 평균 130명의 군인이 죽는다. 사망자 중 3분의2는 군당국의 독자적인 수사를 거쳐 자살로 처리된다. 유가족이 사망 사유를 충분히 납득하면 사건은 종결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전국 군 병원에는 총 100구가 넘는 유해가 있다. 유가족들이 사인 재조사를 요구하며 시신 인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유족은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의 시신을 수십 년씩 냉동고에 넣어둔 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나. 얼마나 더 울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특별법에 따른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설립됐다.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중 의문이 제기된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피해자의 명예와 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설치한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 기관을 해체한다. 유가족협의회가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데는 이 기관을 부활시켜달라는 요구가 담겼을 것이다.



국방개혁은 검찰개혁과 함께 유권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가장 강력히 원하는 개혁과제다. 군은 수십 년간 외부의 감시를 차단하고 담장 안에서 부패의 산을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밖에서도 그 산이 보일 정도다. 수십 년째 이어진 방산비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국방 수뇌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어느 나라 군대냐’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기강 해이가 발생했고 이제는 엘리트 장교의 사조직이 다시 등장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그러나 국방개혁은 군의 상층부만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 상층부의 비리를 척결하는 동시에 군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 즉 의무병들의 삶을 둘러싼 부정과 비리도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입에 담기에도 참담하지만 소설가 이외수가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이 당연지사처럼 통용되는 사회가 된다면 그 사회야말로 절망적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2014년이다. 그 이후 병사들의 삶이 개선됐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는가.

최근 군 의문사 유가족들이 직접 출연한 ‘이등병의 엄마’라는 연극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6일 이 연극을 관람하고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 같은 관심이 퍼져나가 군 의문사를 비롯한 의무병 인권 문제가 국방개혁의 정식 과제로 다뤄지기를 기대한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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