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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유연성·안전망 함께 갖춰야

창조경제연구이사회 이사장·KAIST 초빙교수

<37>혁신의 토대인 노동시장

개별 일자리 보호에만 치중하면

산업 혁신 경쟁서 결국 뒤처져

실직하더라도 재도전 가능한

플랫폼 구축해 경쟁력 높여야





세포가 죽지 않으면 암세포가 된다. 사람 몸의 세포는 100일마다 소멸하고 새롭게 생성된다. 세포들의 생성과 소멸을 통해 생명체는 성장한다. 부분인 세포가 죽어야 전체 인간이 살아가게 된다. 죽어도 죽지 않겠다고 버티는 세포는 암세포가 돼 전체를 죽인다.

혁신은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다. 산업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자리 보호는 기업의 암세포가 된다. 모든 조직은 환경 변화에 최적화를 위해 조직구조를 혁신하고 개별 직무를 소멸·생성시켜나간다.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를 극복하는 조직이 궁극적으로 진화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국가 전체를 볼 때도 국가 전체의 혁신은 일자리의 유연성으로 뒷받침된다. 일자리가 끊임없이 소멸되고 생성되면서 사회는 발전해왔다. 개별 노동자 보호의 관점에서 노동시장을 경직화한 국가는 결국 경제가 낙후돼 국가의 재앙이 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확고하게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 노동자의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사회는 불안정하게 된다. 내 일자리가 언제라도 없어질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길이 보장되지 않으면 근로자들은 집단 노동운동에 돌입하게 된다. 일자리의 유연성은 보장하면서 개개인 일자리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를 극복하는 대안이다. 그리고 그 대안은 개별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안전망이라는 전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자리 안전망이라는 플랫폼으로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를 극복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환경 변화에 맞춰 사라지는 근로자의 재교육을 통해 노동 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재진입 안전망이 필요하다. 이것은 사회적 보험이다. 하나하나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적 사고에 입각해 개별 일자리의 유연성을 제공하되 재교육을 통한 일자리의 안정성도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별적 단순계에서 통계적 복잡계로의 사고의 전환이 시장경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이러한 일자리 안전망은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국가경쟁력과 개인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다. 덴마크 기업들은 노동 유연성을 바탕으로 국제경쟁력을 유지한다. 혁신 과정에서 소멸된 일자리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은 실업수당이라는 사회 안전망으로 생활이 보장되고 재교육 시스템으로 일자리 안전망이 구축된다. 기초생활 보장과 재교육을 통한 재도전의 길은 열어주는 것이다. 사회 안전망이 과도하면 과거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초래한 영국의 실패가 우려된다. 그러나 생활 보장이 안 될 경우에는 사회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 생존 문제는 해결하되 재도전 의지를 꺾지 않는 사회 안전망으로의 실업수당과 재교육 시스템의 일자리 안전망이 관건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일자리 안전망이 대기업의 1차적인 내부 일자리 안전망으로 구축될 수 있다. 내부 일자리 안전망을 만들지 못하는 기업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2차적인 사회 일자리 안전망 구축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일자리 안전망 구축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일자리 유연성으로 발생하는 성장의 과실을 세금의 형태로 순환하는 것이 순리다.

그럼에도 혁신으로 사라지는 직무군에 속한 근로자들은 반발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 전체를 위해 내가 잠시 희생하더라도 다시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신뢰 유무가 3만달러를 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가르고 있다. 3만달러가 넘는 국가의 발전은 혁신으로 이뤄지고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유연성과 안정성이 동시에 제공돼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은 직접적인 개별 근로자 보호와 개별 직무의 보호를 넘어서 플랫폼적 안전망 구축으로 일대 혁신하지 않으면 냉엄한 국가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다.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국가로 가는 길은 부분과 전체의 패러독스를 일자리 안전망으로 극복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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