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은 애초 제기됐던 불협화음 우려를 불식한 비교적 성공적인 회담으로 평가된다. 최대 이슈인 북한 핵 문제와 대북 접근 방안을 놓고 양국 정상들이 큰 이견 없이 원만한 합의를 도출했고 양국 정상간 인간적인 신뢰를 쌓는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둘러싸고 회담이 끝나자마자 딴소리가 나오면서 통상 부문에서 충돌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면서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혀 ‘재협상’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그는 “양측에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라면서 “한미FTA는 미국에는 거친 협정(rough deal)이었다. 그것은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 모두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손실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정상회담에서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합의는 결코 없었다”고 부인했다. 배석한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FTA는 이익균형이 잘 갖춰진 협정”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특히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구하고 조사해보자”고 역제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한미 FTA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 대통령도 1일 귀국에 앞서 가진 워싱턴DC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에 대해 “합의 외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협상 개시를 밝혔지만, 청와대는 재협상 합의가 없다고 했는데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의) 합의 내용을 보면 된다. 나머지는 합의 외의 이야기”라며 “경위는 모르겠지만, 공동성명이 기자들에게 배포된 가운데 더해 (두 정상이 공동 언론발표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저는 공동성명 내용을 알아 거기 맞춰 이야기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FTA에) 시정의 소지가 있다면, 그들이 관세 외 장벽을 이야기 한다면 실무 TF를 구성해 FTA 영향 등을 조사, 분석, 평가해보자고 역제의하는 것으로 끝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없이, 그 합의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지 재협상을 별도로 이야기하신 것이다. 합의 외에 이야기”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꺼낸 것이 일종의 ‘치고빠지기’ 차원의 협상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FTA를 재협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통상 부문에서 한국측의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또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수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백인 근로자 등 보수 지지층에 먹히는 무역이슈를 다시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 어찌 됐건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과 무역 불균형 시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함으로써 문재인 정부로서는 통상 부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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