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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어느 이른 아침 당신은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죠. 그때 당신은 고개를 끄떡였죠. 무엇인가 영원히 다가오고 있다고, 지금도 영원히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당신은 밥을 먹었죠. 아침 햇살에 밤새 캄캄했던 모든 빛깔들이 깨어났죠. 지나가는 것의 아쉬움과 다가오는 것의 설렘 사이, 아침의 눈부심과 저녁의 어둑함 사이, 인생.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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