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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 이익 늘리는 길"

■ CEO&STORY

"관여말라" 협박에도 주주 권익 앞세웠죠





기업 지배구조 이슈와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이 자산운용 업계의 현안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자산운용사·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투자 대상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 권한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지금까지 주주총회에서 ‘거수기’에 불과했던 기관투자가들이 이제는 각 기업의 경영에 연관된 중요한 선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화제가 되며 주목받는 인물이 바로 이원일(사진)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창시자이기도 한 이 대표는 알리안츠운용 사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4년 국내 최초의 지배구조 개선 펀드를 만들어 운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 자산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기업 경영에 관여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던 한 기업 오너가 이 대표의 사무실로 예고 없이 찾아와 위협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을 정도였다. 당시 알리안츠운용은 곧 열릴 해당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상황었다. 이 대표는 또 다른 중견 재벌그룹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나치게 오너의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행사하며 이 대표는 뚝심을 꺾지 않았다. 이 대표가 알리안츠운용을 떠난 지금까지도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전문가’로 호명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13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좀 더 나아졌을까. 이 대표는 일단은 적잖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스튜어드십 코드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삼성·롯데·효성 등 주요 재벌그룹의 경영권 갈등에 들어간 비용이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경영권 분쟁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꼬집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도입되면 이 같은 비용이 생산적인 기업활동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전망이다.

경영권 갈등 비용 수십조…기관들도 투자기업에 적극 의사결정 필요

국민연금, 인사·운용에 독립성 갖추고 인력 늘려 정보력 강화해야

스튜어드십 코드 기본은 소통과 이해…경영진과 싸우자는 것 아냐



이 대표가 생각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궁극적인 효과는 한국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극대화다. 경영권 분쟁이 사라지고 기업이 투자 확대, 이익 확대에만 전념하도록 연기금, 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이 관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ROE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대적으로 뒤늦게(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이 가장 최근의 사례다. 이 대표는 “기업들의 ROE가 높아지면서 일본의 실업률도 자연스럽게 줄었고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몇몇 국내 주요 기업들의 최근 수년간 사업 행보를 비판하며 “잘못된 기업 경영을 주주와 국민연금, 운용사들이 모니터링한다면 앞으로는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례로 굴지의 한국 기업들이 면세점 같은 쉬운 사업에 앞다퉈 달려드는 부끄러운 모습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감이 실현되기에 앞서 바로잡을 것들도 많다. 그는 “먼저 국민연금이 바로 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먼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취지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한 요건으로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가장 먼저 꼽았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 세계 최대를 다투는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 아부다비투자청(ADIA), 일본 공적연금(GPIF)처럼 정치권이나 재벌기업이 관여할 수 없는 인사·운영 등의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국민연금은 국민만을 위해 투자해야 하고 한국은행·산업은행보다 더욱 독립성이 중요한 기관”이라며 “우리나라는 힘 있는 인물의 동창이거나 해야 국민연금 최고운용책임자(CIO)를 맡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바로 설 수 있는 또 다른 여건인 ‘권한’으로 이어진다. “지금처럼 눈치를 봐야 하고 오해받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선 의결권을 행사하고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정보력도 강조했다. 투자와 관련된 정보력이 지금도 국내 여타 기관보다는 우월하지만 전 세계 주요 연기금과 비교하면 여전히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정보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인력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요건은 ‘모티베이션(motivation·동기)’이다. 현재 국민연금 CIO는 퇴임 후 3년간 관련 분야에 재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길어야 2~3년 동안 국민연금 CIO를 지내면서 퇴임 후의 생활을 신경 쓰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캘퍼스는 퇴임 후에도 바로 운용사를 차려 캘퍼스의 자금을 따내는 것이 가능하다”며 “그만큼 캘퍼스의 투자철학과 투자윤리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민연금 CIO로서 더욱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동기’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이 대표는 “캘퍼스에는 경영 관여만을 전담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팀이 따로 있다”며 의결권 자문, 경영 관여 등 스튜어드십 코드에 필요한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건설적인 인게이지먼트가 이뤄지려면 투자 경험이 많고 기업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 해당 업무를 맡아야 한다”며 “국내에선 그만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외엔 거의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국내에 몇몇 의결권 자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평가다. ISS·글라스루이스 등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도 무작정 신뢰하기는 어렵다. 국내 기업들의 현황을 토종 자문사만큼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들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과다한 의결권 행사와 기업 관여가 경영을 방해하고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난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과 싸우고 경영진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경영진을 보다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ROE를 높여나가는 취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국 시장의 발전 단계에 맞춰 스튜어드십 코드의 강도도 정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300년 전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한 영국을 곧바로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그는 “엘리엇처럼 한국의 발전 단계를 무시하고 곧바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주장하는 사례는 경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He is △1959년 서울 △1982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93년 럿거스대 경영학 박사 △1994년 크레디리요네 한국 리서치 헤드 △1996년 살로먼스미스바니 한국 리서치 헤드 △2000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코리아 CIO △2002년 니콜라스애플게이트캐피털 주식운용 아시아 담당 이사 △2005년 알리안츠인베스터스자산운용 대표이사 △2014년 제브라투자자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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