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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 주가폭락 이면에 깔린 TV '세트-부품' 헤게모니 전쟁

지난 20일 LG디스플레이 주가가 8.17%나 급락하며 주식시장 및 전자업계를 놀래켰다. 6년 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상승장에서의 급락이라 더 이례적이었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전 세계 1위인 LG디스플레이는 10조원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계획 발표를 앞두고 승승장구하던 차였다. 당연히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던 ‘사건’이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당시 LGD의 주가 급락은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의 패널 가격 보고서 ‘프라이스 와이즈’가 촉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IHS마킷은 매달 패널 가격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프라이스 와이즈’를 통해 제공한다. 보고서가 작성되는 지역은 대만이다. IHS마킷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이 보고서를 통해 7월에 대형 LCD TV 패널 가격이 5~7% 급락할 것으로 진단했고, 이는 외국인을 주축으로 한 LGD 주식 투매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패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강보합세였다. 5~6월들어 가격 상승세도 진정되던 추세였다. 하지만 IHS마킷 보고서에 주식시장은 왜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그 이면에는 글로벌 TV시장의 ‘세트-부품’ 간 헤게모니 전쟁이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들어 제조사인 세트업체와 패널을 공급하는 부품업체 간의 가격 힘겨루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TV부품에서 패널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패널 가격은 TV시장에서 가장 예민한 이슈다. 패널 가격이 오르면 패널업체가, 가격이 내리면 세트업체가 유리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힘의 우위’는 줄곧 패널업체에 있었다. 패널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기 때문. TV가 점점 대형화되면서 같은 크기의 패널에서도 수요 면적이 증가했고,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생산설비를 OLED로 전환함에 따라 글로벌 LCD 패널 공급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만 이노룩스가 지진으로 인해 LCD 패널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 것도 가격 강보합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TV시장의 침체, 중국 패널업체들의 성장 등으로 LCD 패널시장에 ‘치킨 게임’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는 상존해왔다. 그러던 차에 유력 시장조사기관이 7월 패널 가격 급락 전망을 내놓자 시장이 크게 동요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20일 LG디스플레이의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관련, 주목해야 할 부분은 IHS마킷 보고서 ‘프라이스 와이즈’의 성격이다. 이 보고서는 확정된 패널 가격을 분석한 게 아니라 시장에서 떠도는 호가를 종합한 일종의 ‘가격 동향’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7월 들어 세트업체들의 패널 가격인하 요구 목소리가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패널업체들이 요구를 아직 수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가격이 떨어진 것처럼 정보가 전달됐다”며 “LGD 주가가 많이 올라 불안하던 와중에 IHS마킷 보고서가 일종의 주가 하락 트리거(방아쇠)가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달 들어 패널 가격과 관련한 세트-부품 간의 공방이 치열한 것일까. 이는 7월 가격이 하반기 TV 패널 가격을 좌우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세트-부품 간 ‘힘의 우위’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라는 얘기다.



제조사인 TV 세트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른 LCD 패널 가격 때문에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호소해 왔다. TV 마케팅의 핵심은 ‘가격인하 프로모션’인데 TV 세트업체들은 높은 패널 가격 때문에 프로모션 여지가 줄었고, 재고가 쌓여간다고 울상이다. TV시장은 프리미엄 TV만 성장세고 전체 판매량은 감소세다. 한 대형 TV 세트업체의 경우 올 판매량 목표치를 수정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IHS마킷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세트업체가 목표치를 수정한다는 것은 더 이상 높은 패널 가격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강한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3·4분기까지는 패널 가격이 지금의 강보합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3·4분기가 패널시장의 전통적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TV 세트업체들은 중국 국경절,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시즌 등을 앞두고 TV 생산 및 판매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연말 판매를 위해서 TV 생산을 늘려야 할 시기”라며 “적어도 3·4분기까지는 패널 수요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TV 세트업체들이 여전히 공격적인 판매 목표를 고수하고 있는 부분도 패널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4·4분기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패널 가격이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기술력이 성장한 중국 패널 업체들이 8.5세대, 10세대 등 대형 LCD 설비공장을 본격 가동중인 데다 올해를 기점으로 TV시장이 정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기 때문이다. LCD 패널시장에서 공급 과잉과 그에 따른 치킨 게임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편 LGD는 안팎의 위기 의식을 차단할 파주 P10 투자 계획을 오는 25일 발표할 예정이다. 파주 P10은 전 세계 최대 패널공장으로 소형OLED와 대형LCD 복합생산이 유력시되고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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