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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시급계산법'에 기업들 대혼란

고용부·법원 소정근로시간 기준 제각각...최대 40% 차이

현대차도 최저임금 미달...외국인-내국인 임금역전까지





“시간 기준이 잘못됐어요. 243시간이 아니고 174시간으로 나눠야 맞아요.”

지난 20일 국내 굴지의 대기업 A사는 자사의 생산직 근로자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최저임금 계산의 기준인 소정근로시간에 고용노동부는 유급휴일을 포함한다.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모두 포함하면 근로시간은 243시간이 된다. 하지만 법원은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유급휴일 시간은 빼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원 기준대로면 소정근로시간은 174시간이 된다. 월 180만원의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받을 경우 고용부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7,407원, 법원 판결 기준으로는 1만345원이 된다. 계산기를 어떻게 두드리느냐에 따라 많게는 40%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두고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카오스(대혼란)에 빠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정책 취지에 맞춰 저소득층을 위해 내년 최저임금을 16% 인상한 7,530원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소정근로시간 기준이나 최저임금 산입기준의 모순으로 연봉 4,000만~5,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직원들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저소득층보다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저임금의 모순은 모호한 소정근로시간에서 시작된다. 최저임금의 공식 단위인 시급은 소정근로시간으로 산정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월급을 받는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을 받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 문제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에 따르느냐, 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르느냐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소정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유급휴일을 포함한다. 이 산출법을 적용하면 단체협약에 따라 일요일뿐 아니라 토요일까지 유급휴일로 정하고 주휴수당을 주는 현대차·기아차·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월 243시간까지 늘어난다. 이와 달리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수당이 지급되는 유급휴일 시간은 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 취지를 토대로 산출하면 소정근로시간은 되레 174시간으로 줄어들 수 있다. 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법정 근로시간에 맞춰 주 40시간의 근로계약을 맺었다면 최저임금 위반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은 유급휴일 등은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예를 들어 월 180만원의 기본급과 고정수당을 받는 대기업 근로자의 시급은 고용부 행정해석 기준으로 7,407원이다. 반면 법원 판결 기준 시급은 1만345원이다. 고용부가 제시하고 있는 209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8,612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각기 다른 계산법에 따른 금액 차이는 최대 2,938원까지 벌어진다. 이는 대기업 근로자 시급(7,407원)의 40%에 이르는 수준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의 또 다른 모순은 산입 범위다. 최저임금은 월 1회 이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을 기준으로 한다. 기본급이나 직무수당 등이 대표적이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 외에 각종 사유에 따라 지급하는 상여금이나 연장· 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은 산입하지 않는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는 이유다. 최저임금이 8,000~9,000원대로 우리보다 높은 미국이나 일본·캐나다·영국은 상여금이나 숙식비 등을 포함한다. 실제로 연봉 4,812만원인 국내 대기업 A사의 신입 근로자 임금 구성은 기본급이 32.9%,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수당이 1.5%로 전체의 34%밖에 안 된다. 나머지 복리후생비나 연장근로수당, 정기 상여금, 성과급은 최저임금에서 제외된다. 만약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이 생산직 근로자의 연봉은 무려 2,000만여원 많은 6,943만원까지 뛸 수 있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릴 경우 실제 혜택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고액 연봉자가 더 많이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에서는 산입 범위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와 내국인 근로자 사이의 임금 역전도 생길 수 있다고 성토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고정적으로 받는 숙식비는 사실상 임금인데 최저임금 산입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본급만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면 숙식비를 받지 않는 내국인 근로자보다 총급여가 더 많아질 수 있다. 9급 등 하위 공무원의 급여가 최저임금을 밑돌게 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공무원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닌데다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 등을 추가로 받기 때문에 공무원의 총급여가 최저임금을 밑돌 일은 없는데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 탓에 이런 불필요한 논란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통상임금을 폭넓게 인정하는 분위기에 맞춰 최저임금 역시 근로의 대가로 정기·일률적으로 받는 상여금, 모든 수당과 금품(현물급여 포함) 등을 포괄하도록 실질임금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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