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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별인터뷰] 김형오前국회의장 “힘 있어야 평화 유지...'안보우선 물밑대화' 등 對北접근 다각화를"

북한은 동포로서 통일 대상이지만

군사적 敵...만만하게 보여선 안돼

엄중한 시기, 섣부른 평화주의 금물

文대통령 '안보 퍼스트' 선언하고

野도 비난보다 국정 적극 협조를

내년 '분권형대통령제' 개헌 필요

불발 땐 엄청난 혼란·파국 올 것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호재기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심장부를 겨누겠다고 하는데 진짜 미국과 전쟁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일본을 칠 수 있겠습니까. 노리는 목표는 결국 한국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대화를 한다고 해도 위에서는 철저한 안보 메시지를 던지면서 아래로 물밑 대화를 하는 등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김형오(70·사진) 전 국회의장은 31일 서울 도곡동 자택 인근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창간기념 특별 조찬 인터뷰에서 “북한이 ‘우리가 한국과 싸우는데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국을 방어하려 한다면 너희도 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는데 우리는 남의 일 쳐다보듯 한다”며 튼튼한 안보를 시종일관 강조했다.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최근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한·터키 수교 60주년 기념 문화·학술 교류행사인 ‘아나톨리아 오디세이’에서 ‘역사의 새벽을 깨운 메흐메드2세’라는 기조 발표를 통해서도 국가발전을 위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오스만왕조의 콘스탄티노플 정복을 다룬 ‘술탄과 황제’의 저자인 그는 “수많은 나라와 영웅이 정복하려던 1,000년 비잔틴제국을 1453년 멸망시킨 ‘메흐메드2세’의 탁월한 전략가적 자질, 국제적 감각, 솔선수범하는 천재적 리더십, 헌신과 포용정신을 다뤘다”며 “인종·종교·국적·신분을 따지지 않고 능력별로 적재적소에 써서 오스만제국을 200년간 유럽 최강대국으로 키웠다”고 설명했다.

‘메흐메드2세의 리더십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김 전 의장은 “국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이 유한하다. 왕성하고 강성하기도 하지만 지도자와 국민이 잘못하면 쇠약하고 소멸한다”며 “경각심을 갖고 그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은 우리의 동포로서 포용하고 함께 가야 할 통일의 대상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엄청난 적대관계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리를 어설프게,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너희가 우리를 치면 10~20배로 갚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은 “6·25전쟁 전 ‘전쟁 나면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라고 했는데 다 말뿐이었고 수십년간 북한에 만만하게 보여 천안함 사태도 나고 연평도 포격도 당했지만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역대 정부가 국가안보에 게을러 방산비리도 나오고 있지만 튼튼한 안보의식이 없다면 한미동맹도 소용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예로 들며 수십배 영토의 아랍권에 둘러싸여 있지만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실제 엄청난 보복을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평화는 호소하거나 애원하는 식으로 안 되며 힘을 기반으로 할 때 유지된다는 게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미국도 한국을 지키는 것이 국가이익이 되니까 지키는 것이지 포기하는 것이 국가이익이라면 포기할 것입니다. 스스로 지키는 능력이 없는 나라는 버림받게 됩니다.”

김 전 의장은 “전쟁이 나면 총 들고 나가겠다는 국민을 만들고 적을 효율적으로 분쇄할 수 있는 정병을 기르고 사기를 드높이고 지휘체계를 엄정히 해야 한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도 반대하는 주민들께 ‘나라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설득하고 위안을 주고 보상해서 빨리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안보 퍼스트(first)’를 통한 통합 행보를 주문했다. 그는 “한반도는 4강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세계 유일의 지역인데 북한은 이를 이용하는 반면 남한은 4강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국가안보와 외교 행보를 초당적으로, 범국민적으로 임하겠다’고 선언하고 여야가 모두 한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평화부터 얘기하지 말고 ‘내가 앞장서서 나라를 지키겠다’고 하며 도와달라고 하고 △여당 등 일부에서 태양이 지구 중심을 돈다는 천동설처럼 자주외교만을 강조해서는 안 되며 △야당도 비난보다는 협조하는 쪽으로 돌아서야 하고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사드 문제에서 중국이 우리를 만만히 보도록 자초한 측면이 있는데 국익을 위해 말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간이나 국가나 목숨이 소멸되면 재생이 안 된다”며 “미국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여기에 있다(The Bucks stop here!)’라는 글을 책상 위에 붙여놓고 자신을 경계했는데 우리 지도자들이 그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법 전문에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는 말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2,500년 전 그리스 페리클레스는 ‘행복은 자유에 있다. 자유는 용기에 있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두려워 떨지 말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는 명연설을 했다”며 “자유는 지킬 용기가 있어야만 지킬 수 있고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유가 확보돼야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페르시아-그리스전쟁’에서 그리스가 승리한 것도 결국 자유를 위해 싸웠기 때문이며 6·25 때 피란민들이 갈구한 것도 자유와 안전이라고 역설했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구상을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안보상황이 위급한데 메시지가 흐려질 수 있다. 구상은 많이 있는데 너무 한가하게 들릴 것”이라고 전제하며 말문을 이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평화적 통일로 가야 하는데 남북 신뢰 형성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며 “‘전쟁을 서로 하지 않겠다’는 인식 하에 단계별로 가야 하며 섣부른 평화주의는 금물”이라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들며 “밑도 끝도 없이 통일대박이라고 한 것은 일종의 포퓰리즘적인 것”이라며 “북한을 자극해서도 안 되지만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통일로 갈 수 없다. 엄중한 시기에 평화통일 운운하는 것은 한가하고 낭만주의적인 것이다. 냉혹한 현실을 모르는 남의 나라 사람 같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결국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고 묻자 “북한과 미국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물밑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의 조건을 좋게 하려고 베팅을 세게 걸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도 물밑작업을 해가며 위에서는 국가 생명과 안녕을 책임지는 확고한 자세와 메시지로 빵빵하게 세게 하고 철저한 국방태세를 확립하면서 아래에서는 물밑대화를 하는 등 다차원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밝힌 개헌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과 달리 식언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만약 내년 6월에 개헌이 안 되면 엄청난 파국과 혼란이 올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권력구조인데 대통령과 총리가 각기 역할을 분담해 책임을 지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하며 힘이 세진 국회의원의 권한에 맞춰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 대해 포퓰리즘과 진영논리 탈피를 주문했다. “포퓰리즘과 진영논리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암적인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41% 유권자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의 성심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 ‘뭣이 중헌디’를 외치며 “(문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관해 확실한 주인의식을 갖고 앞장선다면 난 지지한다”며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 아주 영리한 국제정치를 읽는 눈, 행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회장인 그는 “유일하게 이념과 계층을 떠나 존경받는 분으로 생각과 행동이 시종일관했다”며 “사회적 갈등이 많은 상황에서 선생의 삶과 행동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어려서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동서고금의 역사책을 많이 접했다”며 “시대를 개척하고 투철한 삶을 산 사람의 리더십을 다루고 싶다. 칭기즈칸 이후 중앙아시아를 지배했던 영웅이었던 ‘티무르’ 이야기를 쓸 방침”이라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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