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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SCAR냐 HK-416이냐...한국군 외국산 소총시대 열린다

<1> 교체시기 맞은 한국군 국산 소총

1948년 미제 M-1시작으로 M-16·K-1·K-2 잇따라 선봬

작년 K2C1 보급 이후 국산 개인화기 생산에 새로운 바람

'S&T모티브' 독점체제 깨지고 다산기공과 경쟁구도 형성

2020년부터 기본화기 교체...46년만에 외산 소총 수입 예정





한국은 적어도 세계 5위권에 드는 나라다. 경제력으로는 아직 어림도 없지만 기준을 국방 안보 분야로 한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국방예산 규모가 크다. 세계 10위. 일반적인 경제지표보다 순위가 높다. 국내총생산(GDP·11~12위), 국민 1인당 소득(2%~31위) 순위보다 상위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순위는 더욱 올라간다. 해군 함정을 모두 국내 건조한 국가는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는다.

소총부터 잠수함·전투기·미사일까지 무기 전 분야를 국산화한 나라도 미국과 러시아·중국 정도다. 일부 무기는 시장 규모도 크다. 좀 산다는 나라치고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대부분의 성인 남자가 총을 쏠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국방비와 안보에 대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은 이에 개별 무기체제의 특징과 현주소, 개선 방향과 세계적 흐름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 ‘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를 마련했다. 이 시리즈는 한국군이 사용하고 국내 생산되는 무기를 위주로 매주 토요일자에 실릴 예정이다. <편집자 주>

‘때가 찼다.’ 30년. 한국군의 소총을 교환할 시기가 왔다. 우리 군이 지난 1948년 창군기에 최초로 장비한 소총은 미제 M-1소총(일본군이 남기고 간 38식·99식 보병 소총이 있었지만 일시적 편제였다). M-1소총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분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찬사를 받으며 명총의 반열에 오른 소총. 그러나 한국군의 평가는 좋지 않다. 우선 너무 크고 무겁다. 덩치 큰 미군용으로 설계된 소총이 동양인에게는 길었다.

더욱이 한국군은 M-1소총을 너무 오래 썼다. 월남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중후반, 미국·태국과 필리핀·호주 등 주요 참전국 가운데 M-1소총을 개인화기로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었다. 없는 나라 살림에 60만명이 넘는 대군을 유지하려니 총을 마르고 닳도록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지만 ‘M-1소총을 들고 월남 정글에 나타난 한국군’은 참전국의 비웃음을 샀다. 파월 한국군이 구식 소총을 들고 놀라운 전투력을 보여준 덕분에 미군은 한국군을 다시 높게 평가하며 각종 물자를 미군과 같은 수준으로 보급했다. M-16소총도 이때 처음 받았다.

자주국방과 무기 국산화에 관심이 지대했던 박정희 대통령도 이 무렵 소총 국내 생산을 서둘렀다. 미국 콜트사로부터 면허생산권을 얻어 육군 조병창에서 M-16을 생산하기 시작한 게 1974년. 월남전에서 유입된 오리지널 미국제와 국내 생산형 M-16소총은 1978년께 전방 사단 보급을 마쳤다. 미국으로부터 M-1소총을 공여받은 후 30년이 지나 M-16소총으로 교체된 것이다.



한국은 미국산 M-16소총 70만정 면허 생산에 만족하지 않고 순수 국산소총 개발에 나섰다. 800만명이 넘는 예비군과 유사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도호국단에 총기를 보급하려면 국내 수요에 따라 생산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소총이 필요하다는 결정에 따라 K-1, K-2소총을 잇따라 내놓았다. 육군 특전사가 요구한 ‘짧고 강력한 기관단총’으로 개발된 K-1이 처음 선보인 게 1980년. 이어 1984년부터는 K-2소총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서부전선의 전방사단에 1986년 K-2소총 보급이 완료됐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흐른 2016년 서부전선과 동부전선의 육군 2개 사단에 신형 소총이 들어왔다. K-2소총의 개머리판을 떼어내고 길이 조정이 가능한 신축형 개머리판을 달았다. 플라스틱 총몸을 알루미늄으로 바꾼 이 소총은 K2C1이라는 제식 명칭을 얻었다. 경량화라는 설계목표를 버리고 보다 무거운 알루미늄 재질로 바꾼 것은 세계적 추세인 레일을 달기 위해서다. 새로 보급된 K2C1은 연속 사격할 때 병사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열이 전달된다는 결점이 발견돼 생산중단 소동이 벌어졌다. 검사 결과 전방 손잡이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결점을 개선해 양산과 보급 재개 과정을 밟고 있다. 전방부대의 소총이 바뀌는 데 또다시 30년이 걸린 셈이다.

여기까지는 국산 개인화기가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군으로부터 생산 요구가 줄어들었어도 권총과 기관총, 분대 지원용 경기관총 등 다양한 다른 국산 화기의 생산도 추진돼 국내 연구진이나 총기 제작사는 최소한의 물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구도에 두 방향의 바람이 불고 있다. 첫째는 복수 사업자 운용. 지금까지 소총 생산과 납품을 맡아온 S&T모티브(옛 육군조병창·대우정밀)의 독점체제가 지난해 말 깨졌다. 해외 총기 메이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각종 소구경 화기를 수출해온 다산기공이 방산업체로 신규 지정돼 국내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1만8,000여정에 달하는 한국군 특수부대의 기본화기가 오는 2020년부터 외국산으로 전면 교체될 예정이라는 점. 벨기에 FN사의 SCAR 자동소총과 독일 HK사가 미국 M-4 단축형 소총을 전면 재설계한 HK-416소총이 유력한 대상이다. 외국산 소총이 대량 보급된다면 1974년 이후 처음이다. 도입 시기가 2020년이라면 M-16소총 면허 생산 이후 46년 만에 외국산 소총의 시대가 다시 열리는 셈이다. 다음 시리즈의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46년 만에 재개될 외국산 소총 수입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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