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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사정권인데도... 엔화는 여전히 안전자산?

北 '괌 포위사격' 등 위협에도

엔화 가치 109엔대 상승세

日 해외투자비중 유달리 높아

리스크땐 외화 팔고 엔화 매입

엔화가치 오름세 원인으로

'逆 캐리트레이드 발생' 분석도

엔화 가치가 일본 안보 문제가 달린 북한의 강력한 도발에도 강세를 이어가는 현상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발언으로 일본열도가 언제든 화염에 휩싸일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는데도 엔화 가치가 ‘안전자산’ 취급을 받는 것은 왜일까.

10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에 이어 달러당 109엔대에 거래되는 강세를 보였다. 앞서 9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도 엔화 가치는 장중 109.56엔까지 오르는 등 지난 6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한의 연쇄적인 미사일 도발이 본격화하기 전인 올해 초에 비해서도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6% 가까이 오른 상태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북한 도발로 한반도는 물론 일본 안보도 위협받는 와중에 엔화 가치가 오르는 현상은 올 들어 꾸준히 반복돼왔다. 미 해군 칼빈슨호가 한반도를 향했던 4월10일과 북측이 평안북도 구성에서 미사일 1기를 발사한 5월1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 7월28일 이후에도 엔화는 이전보다 오히려 강세를 나타냈다. “핵무장을 한 독재자와의 거리보다는 안전자산으로서의 엔화의 지위가 중시되고 있다”는 것이 외환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CNBC는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이 엔화를 ‘안전자산’으로 취급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한국 원화의 경우 같은 기간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점에서 반복되는 엔화 강세는 ‘수수께끼’라고 지적했다.





이 수수께끼에 대한 가장 설득력 높은 답은 해외 투자자금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개인과 기관의 순해외투자 비중이 유달리 높은 국가로 지난해 말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는 159조1,950억엔(약 1,650조원), 주식이나 채권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 규모는 무려 452조9,170억엔에 달했다. 이렇게 많은 자산을 해외에 투자한 일본 투자자들이 북한 도발 같은 리스크가 생길 때마다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외화를 버리고 엔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쿠보 다쿠지 일본 매크로어드바이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자산에 투자한 일본인들에게 외화 보유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북한 리스크가 고조되면 이들은 해외투자 비중을 줄여 엔화 매수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금융기관의 해외자본 의존도가 높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

위기 시 엔화 대출을 받아 고수익 신흥국 등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된다는 점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제스퍼 콜 위즈덤트리 일본 대표는 “글로벌 투자가들이 리스크 포지션을 축소하기 위해 단기 차입금을 상환하는 역(逆)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안전자산 투자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투자자들은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거래를 선호한다며 엔화 대출을 받아 리스크 자산에 투자한 역외 투자가들이 투자를 철회하고 대출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엔화가 오른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고심하는 투자가들이 차선책으로 엔화를 택했다는 설명도 제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반도 긴장 상황을 통화정책에 어느 정도 반영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키도 다카히로 도쿄미쓰비시UFJ 일본전략가는 WSJ에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정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엔화를 우선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의 대치가 격렬해질수록 전쟁의 공포와 거리를 둘 수 있는 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마이클 에브리 라보방크그룹 금융시장리서치 대표는 “이(엔화 강세)는 전통적인 조건반사적 반응”이라며 “미국과 일본을 잠재적 분쟁지역으로 볼 때 유로화와 스위스프랑이 보다 안전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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