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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다주택자 보유세 인상-반대

이춘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

저소득 주택보유자·세입자만 부담 커져

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국세)를 통칭한다.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보유세 인상안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달 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필요하다면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묵은 보유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난 1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장 보유세 증세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투기 억제용이라는 단서를 달아 앞으로 상황에 따라 보유세 인상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보유세 인상 찬성 측은 투기적 행태의 변화를 유도하고 다주택자들을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 공급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보유세가 올라가면 임대주택 소유자들이 인상분만큼 전월세 가격을 올려 결과적으로 주거 취약계층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정부 및 여야를 불문하고 ‘더불어 살기’는 위정자가 추구해야 하는 당위이자 과제다. 국민복지, 사회 불평등 해소, 약자에 대한 배려는 더 이상 좌우 이념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공감대적 가치다. 지난 정부는 물론 현 정부에서도 이러한 가치는 보다 강화돼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여당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과 사회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유세 인상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아 부동산 거래세를 인하하고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종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특정 국가의 세제는 그 나라의 역사적 상황과 경제 사정을 고려해 형성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보유세를 낮추고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는 측면에서 양도세를 높였다.



보유세는 현실 소득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소득 편차가 큰 경우 보유세 인상은 서민의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매우 높다. 우리 경제는 인구 노령화와 맞물려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은 담세능력이 낮은 저소득 부동산 보유자, 특히 고령의 주택 소유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른 소득 없이 1주택만을 소유해 노후를 보내는 고령의 소유자에게 보유세 인상은 큰 부담이 돼 종국적으로 보유하는 주택을 처분하도록 강제해 주거 취약계층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매우 높다. 이러한 저소득층의 주택이 부동산시장에 나오면 임대수익을 노린 자본력에 의해 흡수돼 주거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임대주택에 대한 보유세 인상은 정책이 추구하는 목적과 달리 보유세 증가분이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보유세가 올라가면 임대주택 소유자는 인상된 보유세만큼 전월세 가격을 상승시켜 궁극적으로는 세입자가 보유세 인상분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보유세 인상은 궁극적으로 그 증가분이 다주택 소유자가 아니라 1주택 소유자나 주택임차인 등 현실적으로 그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귀속돼 이들의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주거비용 증가로 거주자의 가용소득을 감소시켜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사회적 안전장치 없이 섣부른 보유세 인상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매우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성공한 국가들은 대부분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사회제도에 따라 목적이 달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책 실현이 성공하려면 가진 자에 대한 분노보다 소외계층 및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목표가 돼야 한다. 레닌에 의해 변질된 마르크스 사상이 역사적으로 실패한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하기보다 가진 자에 대한 분노가 더 컸기 때문이다. 가진 자에 대한 섣부른 분노는 감성적 동조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상황을 더 열악하게 만들 것이다. 정책은 단순히 이상만으로 실현될 수 없으며 사회 현실과 그 정책의 추진 결과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면밀히 검토 분석한 후 추진해야 한다. 비정규직 보호, 시간강사 보호 등과 같이 의도와 달리 현실적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정책들이 종종 있었음을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부(富)의 편중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의 하나다. 그러나 오늘날 자본이득은 과거 농경사회와 달리 부동산에 국한해 창출되는 것이 아니므로 부의 분배는 부동산에 국한해 할 것이 아니라 자산 전반에 대한 잉여소득을 고려해 해결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은 서민의 주거 안정에 목적을 둬야 하며 부의 분배에 목적을 둬서는 안 된다. 부동산 관련 정책으로 부의 재분배라는 부수적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으로 부의 재분배를 위해 주택정책을 수립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부동산정책의 목적을 주거 취약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하는 것에 두고 추진한다면 시간은 다소 걸릴지 모르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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