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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 내년에는 몇 %쯤 나올까

성장률·수출증가율·대통령지지율

현재는 좋지만 일종의 '착시현상'

10년 주기 반도체 위기 대비해

美·中서 통할 신제품 개발 시급





장담하기 어렵다. 내년에는 과연 몇 %를 찍게 될지. 관심이 가는 수치는 세 가지다.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현재로서는 다 좋은 편이다. 성장과 수출이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한때 80%를 웃돌다 60%대로 내려앉았다고 해도 역대 대통령에 비하면 고공행진에 해당한다. 대통령 지지율을 경제지표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는 것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최소한의 정책 추진동력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내년에도 호조라면 대통령 지지율 역시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주지하듯이 우리 경제의 외형 지표는 ‘전년 동기’에 비해 좋다고 할 수 있다. 수출이 특히 그렇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금 지표가 나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세계 경기 침체와 무역량 감소에 허덕였던 박근혜 정부 말기와 비교여서 좋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기저효과다. 두 번째, 반도체라는 특종 업종의 나홀로 호황이 이끌어가는 성장과 수출 호조다. 바로 이점이 걸린다.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은 분명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두 차례나 착시 현상을 겪은 경험이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경제위기’였다는 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IMF 사태) 이전 한국의 반도체업체들은 전대미문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외국 업체들이 투자와 생산을 늘리자 가격이 하락해 반도체 호황이 불황으로 바뀌고 한국 경제 전체가 나락의 늪으로 떨어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반도체 가격과 한국의 수출 성적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다행스럽게도 반도체 호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간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호황은 언젠가는 불황으로 반전한다. 만약 이번에도 ‘반도체 호황-수출과 경상수지 호조-반도체 가격 하락세 반전과 불황 진입-수출 위축 및 경기 후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난다면 우리 경제는 10년 주기의 반도체 위기를 세 번이나 반복하게 된다. 농사로 치자면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이다.

경제가 흔들릴 경우 경제지표는 실제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경제팀은 지금과 정반대 현상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역기저효과 속에서 경제가 웬만한 성적을 올려도 지표는 나쁘게 나올 수 있다. 대책은 두 가지 방향에서 찾아야 한다. 수출 다변화와 수출금융 지원 등 경제정책의 접근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정확한 실상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위기에 빠졌을 때, 보다 수월하게 극복이 가능하다.



지금이 일종의 착시 상황이라는 점부터 인정하는 것이 순서지만 경제부처와 금융당국이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지지율은 물론 안보와 외교도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주변국들이 한국을 지금만큼의 변수로도 여기지 않는 날이 올까 두렵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는 예상이 맞다면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할 시간이 약간 늘어난 셈이다. 관건은 반도체 외에 세계시장에서 품질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달렸다. 최소한 지금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

224년 전인 1793년 영국 국왕 조지 3세가 파견한 조지 매카트니 특사를 알현한 청의 건륭제는 ‘무역항 추가 개방과 교역 확대’ 요구에 이렇게 대답했다. ‘중국은 풍족하다. 땅이 넓고 부족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 교역도 필요 없다.’

건륭제의 호언장담은 허언이 아니었다. 중국은 유럽에 도자기와 비단·차를 수출해 당시 전 세계에서 화폐로 통용되는 은(銀)을 40% 넘게 빨아들였으니까. 중국이 우리에게 ‘지대박물(地大博物· 넓은 땅과 풍부한 물산)’을 들며 한국 물건을 살 게 없다고 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는 미국과 교역 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나라든 필요한 물품은 사기 마련이다. 중국도 한국의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트집 삼아 경제 보복을 가하면서도 한국산 반도체 수입은 크게 늘리고 있지 않은가. 양대 교역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에 팔릴 수 있는 물품을 만드는 것, 그게 바로 한국의 살길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 토대만 만들어도 성공한 정부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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