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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집과사람] 시끄러운 반포주공1 재건축 수주전

'어렵다'면서 현금 뿌리는 건설사

"돈잔치에 위화감 조성" 비판 커져

미분양 나면 전량 분양가에 인수

이사비 명목 7,000만원 지급 등

현대·GS 전례없는 조건 걸고 사투

규제·SOC예산 삭감에 일감 걱정

업계선 "주민 눈높이 높여" 지적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시끄럽다. 강남권 재건축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가 진원지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이 아파트는 한강변 대단지 저층아파트라는 상징성 때문에 재건축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름 값에 걸맞게 건설업계의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과 브랜드 인지도 최상위권의 GS건설이 사활을 걸고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두 회사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강남권 대단지 재건축이 적게는 수천 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에 이르는 사업이다 보니 시공사 선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나 과열이 일어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더욱이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은 총 사업비 9조원에 공사비만 2조6,000억원이 넘는 매머드급 사업이니 이런 저런 잡음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 분위기다.

두 건설사가 내건 조건을 들여다 보면 강남권에서도 전례 없는 파격이다. GS건설은 일반분양에서 미분양이 나면 이를 전량 분양가에 인수하고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조합원 손실분도 떠안겠다고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더 파격적이다. GS건설이 내건 조건에 추가로 7,000만원의 현금을 이사비 명목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이 아파트 조합원이 2,292명인 점을 감안하면 주민들에게 1,600억원의 현금 보따리를 푸는 셈이다. 웬만한 고급 빌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외국산 명품 브랜드 마감재 등은 기본이다.

두 건설사는 파격적 조건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만큼 이 아파트의 사업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설사 출혈경쟁을 하더라도 시공권만 확보하면 한강변에 거대한 광고판을 세우게 돼 엄청난 브랜드 인지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판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가뜩이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집값을 끌어올린 진원지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는 마당에 대형 건설사들이 돈 잔치를 벌이며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과도한 이사비 지급의 위법성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수주전을 바라보는 건설업계 내부의 시선조차 우호적이지 않다. A건설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재건축 재개발 조합원들의 과도한 요구가 잇따르는데 반포 주공1단지 수주전은 여기에 기름을 붙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두 회사의 이번 과열 경쟁이 다른 재건축·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주민들의 눈높이를 한참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은데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으로 공공수주 일감까지 줄었다며 “이대로 가면 고사(枯死)할 것”이라고 아우성치던 건설업계는 할 말이 없게 됐다. 한 단지에 현금으로만 1,600억 원을 퍼붓는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못살겠다”고 울어봐야 꾀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형 건설사들이 마구잡이식 해외 수주의 여파로 수천억 원의 적자에 허덕이며 시장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굵직한 위기를 겪을 때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여전히 바뀐 것은 없어 보인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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