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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가무극 '꾿빠이, 이상' 원작자 김연수·각색자 오세혁…"이상 실체 찾기 하나로 뭉쳤죠"

누구나 알지만 신비에 싸인 인물

소설선 주변 인물들이 정체 찾고

무대선 이상이 직접 답 찾아나서

제목·뿌리 같지만 정반대 출발점

21~30일 CKL스테이지서 선봬

김연수 작가와 오세혁 작가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천재, 기인, 신들의 왕 주피터…

시인 이상을 호명하는 이름은 제각각이다. 심지어 조선의 김해경(이상의 본명)이 어째서 이상이 되었는지조차 설이 분분하다. 한글이 없던 시절도 아닌데 불과 80년 전의 한 인물의 실체를 알아내는 일이 이토록 힘들다는 점은 기이하지 않은가.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은 그의 정체만이 아니다. 13인의 아해가 등장하는 이상의 대표작 ‘오감도’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까. 그의 출현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와 같은 글을 쓰는 문인은 없었다.

주변 인물들조차 각기 다르게 기억하는 이상. 그의 얼굴은 건축무한육면각체처럼 가늠할 수 없는 다면체다. 소설 ‘꾿바이, 이상’을 쓴 김연수는 이상을 기억하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김해경의 얼굴을 찾아 나섰고, 소설을 바탕으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꾿바이 이상’을 각색한 오세혁은 소설의 시점을 바꿔 김해경으로부터 출발해 이상의 얼굴을 찾아 나섰다.

제목과 뿌리는 같지만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책과 무대를 매개로 맞닿는다. 14일 서울 통인동 ‘이상의 집’에서 마주 앉은 두 사람처럼.

21일~30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꾿빠이, 이상’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이 극에 참여하도록 하는 ‘이머시브 공연’을 표방한다. 관객의 위치에 따라 관람 포인트가 달라지고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연기를 펼친다.

오 작가는 “김 작가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무대에 올리고 싶던 차에 서울예술단에서 ‘꾿빠이, 이상’을 각색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이참에 인연을 만들자며 냉큼 수락했다”며 반가움을 드러냈다.



김 작가는 대본만 봤지만 이미 오 작가의 각색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김 작가는 “대부분의 서사는 사라지고 소설 속 키워드와 상징을 재료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극본을 보니 정말 파격적인 작품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몇 가지 남았으면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말하지 않았는데도 오 작가가 그 장면을 살렸더라”며 웃었다.

김연수 작가와 오세혁 작가 /사진제공=서울예술단


김연수에게 이상은 좋아하는 작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쉬운 글에는 좀처럼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그에게 정답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이상의 글은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넘어 써야만 하는 동기를 만들어줬다. 등단 7년만에야 ‘꾿빠이, 이상’으로 이상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지만 이상은 그를 소설가로서 책상머리에 앉혀 놓은 뮤즈인 셈이다. 김연수라는 필명 속 연(衍)이 이상의 유고작 ‘단발’의 주인공 이름에서 가져왔을 정도니 두 글쟁이의 연(緣)을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김연수는 “이과생이었던 저에게 문학은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이상의 문학을 접하고 ‘문학은 이해해야 한다’는 전제를 버리게 됐다”며 “답을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은 한국 문학사에 가장 문제적 작가”라고 설명했다.

김연수를 소설로 이끌었던 이상과의 인연은 이제 김연수와 오세혁의 만남을 주선하기에 이르렀다. 오 작가는 “어린 시절 수필 ‘권태’를 통해 이상을 접했는데 누구나 이상을 알지만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을 정도로 모호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 작가의 소설을 읽고는 이상 역시 자신의 얼굴(정체성)을 보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각색해봤다”고 말했다.

소설 ‘꾿빠이, 이상’이 문학기자, 아마추어 이상 연구자, 재미 교포 문학 연구자 등 세 명의 화자가 이상의 실체를 추적하던 끝에 자신들의 진짜 얼굴에 다가서는 이야기라면 창작가무극은 이상이 주변 인물들을 만나 자신의 진짜 얼굴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소설과 무대의 출발점이 정반대에 있는 셈이다. 김 작가는 이를 두고 “소설 속 3인칭으로 존재하는 이상이 밖에서 안을 향한다면 뮤지컬 속 1인칭으로 존재하는 이상은 안에서 밖을 향하며 답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과 만나는 매체도 세대도, 성향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주제의식은 하나로 맞닿은 셈이다. 오 작가 역시 “‘명확함’을 요구하는 세상이지만 나의 얼굴을 규정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자기 얼굴을 찾아 나선 이상을 통해 관객들 역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상을 무대에 세웠다”고 덧붙였다.

1930년대 초반 간도에서 일어난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조선인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통해 두 사람이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 두 사람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김 작가가 “이번에 소설과 극본의 시점이 달라진 것처럼 외부자의 시선으로 써내려간 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내부자의 시선으로 직접 각색해볼 생각이 있었다”며 오 작가를 바라보자 오 작가가 방긋 웃으며 한 마디 한다. “써주시면 제가 연출을 해보고 싶습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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