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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혁신성장 로드맵 마련] 4차 산업혁명 고리로...DJ정부처럼 '1만 벤처붐' 일으키나

실패해도 신용 불량자 안되게 창업생태계 복원

기업·시장 등 현장 목소리 듣고 탁상 전략 탈피

성장하는 기업들에 정부 지원 많이 해줘야







정부가 ‘혁신성장 추진 로드맵(가칭)’을 올해 안에 내놓는다. 규제 완화와 창업생태계 조성,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방안을 망라해 김대중(DJ) 정부 때처럼 ‘제2의 벤처붐’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김대중 정부는 기업의 도전을 장려하는 육성책을 내놓으면서 1만 벤처기업을 키워냈다. 뒤늦게 첫발은 뗐지만 혁신성장에 대한 ‘콘셉트(개념)’도 못 잡은 상황이어서 정책설계를 서두를 경우 실패 낙인이 찍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27일 고형권 1차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6개 국책 연구기관 부원장급 연구위원과 학계·민간 전문가 등으로부터 혁신성장 로드맵 마련을 위한 의견을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혁신성장 추진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게 기재부의 계획이다.

고 차관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 주도형 경제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혁신성장의 성공을 위한 핵심 추진 과제, 과거 정책과의 차별화 요소 등에 논의를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의 성장전략 성패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는 “2000년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었는데 노무현 정부 들어 4대 벤처 건전화 정책이 생겨나면서 창업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다”며 “자본 회수 시장을 복원하고 실패하더라도 신용불량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성공한 기업을 대기업이 사갈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경제의 혁신동력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2010년 30.4%에 달했던 벤처기업 증가율은 지난해 6.7%로 급감했다.

고형권(왼쪽 두번째) 기획재정부 차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연구기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창업지원을 고용 효과를 감안해야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은 고급 노동력을 집약시키는 소프트웨어 관련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을 중점 지원하면서 일자리를 많이 늘렸다”며 “내리막길인 기존 주력산업과 올라가지 못하는 신산업 사이의 깊은 골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서는 일자리 중심의 창업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 복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른바 ‘탁상전략’을 탈피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규제 완화의 경우 일선에 있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효과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전략과 정책이 문제”라며 “성장전략은 현장과 기업에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하고 거기서 방향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이게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김대중 정부 벤처기업 육성책의 성공을 이끌었던 것도 민간단체인 벤처기업협회였다.



특히 R&D 지원책은 현장과 연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박 교수는 “R&D라는 게 혁신의 무기를 준비하는 것이고 기업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된 요소를 만들어주는 리소스”라며 “우리는 기업·시장과 유리된 R&D가 너무 많은데 이를 현장과 다시 이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이 나아갈 정확한 방향 설정도 중요하다. 임금 상승을 통해 기업의 비용을 높인 소득주도 성장론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혁신성장 로드맵에 과거 ‘퍼주기식’ 지원책이 아닌 기업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하는 기업에 정부의 지원이 많이 갈 수 있는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육성책처럼 좀비 기업만 연명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기존 제도를 가다듬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책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데 그것을 20년 동안 해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중소기업이 원하고 있는 것을 계속 만들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책 공급자가 하고 싶은 것을 했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부는 혁신성장의 개념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 26일 기재부는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소속 연구자들에게 한 쪽으로 된 ‘콘셉트 페이퍼’를 발송했다. 목적은 정부가 세운 혁신성장 개념의 오류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것이었다. 성장전략 수립에 늑장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 방향타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인 셈이다.

/세종=김상훈·서민준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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