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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재건축이 뭐길래





지난 1993년 11월6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1단지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가 열리고 있던 잠실실내체육관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당초 조합추진위가 발표한 투표인원은 1,993명인데 집계된 표는 이보다 300여명이나 많은 2,229표에 달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정투표 의혹 제기로 5시간 동안 소동이 벌어진 끝에 투표함은 인근 파출소로 옮겨졌고 이튿날에야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

잠실주공1단지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둘러싼 건설사 간 ‘전(錢)의 전쟁’의 서막이었다. 잠실에서만 2만여가구, 서울 시내 5개 저밀도지구를 합쳐 6만가구가 넘는 노후 저층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둘러싼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전쟁으로 집값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잠실주공1단지만 해도 1985년 전후 2,000만원 안팎이던 49㎡ 아파트의 가격이 시공사 선정 전후로 급등하면서 1995년에는 2억원까지 올랐다.

과열 경쟁에 이주비도 치솟았다. 몇백만 원 선이던 이주비가 순식간에 수천만 원대로 올랐고 1996년 강남구 일원동 현대아파트에서는 당시 강남권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는 1억5,000만원에 달했다. 심지어 대치동 D아파트의 경우 400가구에도 못 미치는 소규모 재건축임에도 3개의 대형사가 맞붙으며 1억2,000만~1억3,000만원의 무이자 이주비를 제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재건축 수주를 담당했던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부실시공 등 1기 신도시 개발의 후유증으로 신도시의 ‘신’자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업체들이 일감 부족을 겪은 것도 과열 경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가구당 7,000만원의 이사비 지급,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적용시 전액 보전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두 대형 건설사의 과열 경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의 재건축 수주전이 27일 끝났다. 하지만 총사업비 10조원, 공사비만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을 둘러싼 두 회사의 이전투구는 20여년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 없는 건설 업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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