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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배달 공화국의 씁쓸한 자화상]"두렵다.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死線 달리는 배달원

■ 배송경쟁의 그늘

인력 부족한데 물량은 갈수록 많아져

배송량-수입 비례…위험 운전 불가피

사고·과로 등에 집배원 5년간 70명 숨져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

서광주우체국 소속 집배원인 이모(53)씨가 지난 5일 서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면서 남긴 유서에는 이같이 적혀 있었다.

전국집배노동조합은 같은 달 7일 성명을 통해 “이씨가 자살을 택하기 한 달 전 교통사고가 난 뒤 3주 병가를 내고 2일 연가를 더 낸 상황에서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며 “인력은 부족한데 물량은 많아 급히 배달하다 보니 빈번한 교통사고에 시달리고 다친 상태에서도 빨리 나오라는 재촉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고인에 대해 업무상 전화는 한 차례,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총 3회 발송했을 뿐 출근을 재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국적으로 올해만 12명의 집배원을 비롯한 우본 직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년간 집배원 사망자 수 70명 가운데 15명은 자살이며 나머지는 업무 중 교통사고, 과로사 등이 사망 원인이었다.



집배원들은 우본이 2015년 9월 토요 택배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물량이 꾸준히 증가한 데 비해 인력 충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같은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체국택배 실적은 2012년 1,251억7,500만통에서 2016년 1,647억3,000만통으로 약 32% 증가한 반면(매출액은 약 20% 증가) 집배원 인원은 같은 기간 1만8,199명에서 2.8%(51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우체국택배뿐 아니라 다른 택배원들도 배송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 국내 택배 시장 물동량은 2011년 12만9,906박스에서 지난해 20만4,666박스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택배 단가는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2011년 2,534원이었던 평균단가는 이후 매년 감소하며 2016년에는 2,318원을 기록했다. 택배기사의 수입은 택배 물량과 비례하는 탓에 택배기사들은 점점 더 배송 절벽에 몰리고 있다. 법외노조인 전국택배연대노조는 “택배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택배단가가 정상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유통업체도 택배기사들이 과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을 고용해 신속 배송 서비스인 ‘로켓 배송’을 선보이며 경쟁업체와의 차별화를 꾀한 쿠팡의 경우 업무과중·임금체불 등이 문제가 되면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쿠팡맨들은 8월 말 노조를 설립하고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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