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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해법은]"첨단원전 짓고 노후원전 조기폐로"...수출·에너지전환에도 탄력

[ 에너지전문가 진단]

매몰비용 2조6,000억 지키고 원전밀집 위험도 줄일 수 있어

무작정 중단 땐 文정부 '점진적 탈원전·수출지원' 논리 실종

찬반양측 과장된 정보로 공포만 조장...공론화과정 불신 깊어

이념논쟁으로 확산된 탈원전 갈등 치유할 '제3의 길' 찾아야





“어떤 결론이 나와도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제3의 해법을 찾아 이념 대결로 격화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 (황주호 경희대 부총장)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론조사 절차가 끝났고 최종안 발표만을 앞둔 상황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은 ‘벌집을 쑤신 상황이 돼버렸다’고 진단했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재개하느냐 중단하느냐의 단순 접근으로는 되레 문제만 복잡하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혜안’을 모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원전이 특정 지역에 몰린 ‘다수호기’가 문제라면 보다 안전한 새 원전을 짓고 노후 원전은 조기 폐로(廢爐)하는 것이 ‘솔로몬의 해법’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정부가 원하는 탈원전에 방점이 찍힌 ‘점진적’ 에너지 전환도, 원전 수출 지원책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오는 2023년 고리2호기가 설계수명을 다해 폐로될 예정이다. 고리 3호기는 이듬해인 2024년, 고리5호기도 2025년 차례로 문을 닫는다. 신고리 5·6호기(2021년·2022년 준공 예정)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2025년이 되면 부산 기장, 울산 울주 지역에서 가동되는 원전은 6기로 줄어드는 셈이다. 고리 1호기는 지난 6월 영구 폐로됐다.

건설 중단 측은 신고리 5·6호기가 예정대로 건설될 경우 한 지역에 원전 10기가 몰리는 다수호기 위험이 생긴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세계에 유래가 없는 원전 사고 위험이 밀집되는 지역이 생기는 만큼 공정률이 30%에 달했어도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멈추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되 설계수명이 다해가는 노후 원전의 가동을 멈추는 것이 합리적 방법이라는 지적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우 허공에서 증발할 수 있는 매몰비용 2조6,000억원을 살리는 동시에 공사 중단 측이 우려하는 다수호기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황주호 경희대 부총장은 “공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 안이면 정부도 중단과 재개 양단 간 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다수호기가 문제라고 하면 신고리 5·6호기를 짓되 노후 원전을 조기 폐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도 “전문가 집단에서는 오래전부터 신고리 5·6호기를 재개하면 다수호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며 “전체 고리 원전 3개를 멈출지, 월성 2개 중 전부 중단할지, 아니면 순차적으로 중단할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는 문재인 정부의 ‘점진적’ 탈원전 정책의 키(key)도 쥐고 있다. 문 대통령은 8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대로 하나씩 문을 닫아나가겠다는 뜻”이라며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는 데 6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고 강변한 바 있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는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다는, 또 수출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정부가 건설 중단을 강행할 경우 점진적인 탈원전 정책과 수출 지원의 논리적 근거도 사라질 수 있다. 수조원대의 비용을 지불할 만큼 한국형 원전(APR-1400) 신고리 5·6호기가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전 전력정책심의위원)는 “60년간 천천히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해놓고 공사 중인 원전을 폐쇄한다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수출 지원도 마찬가지”라며 “(시민 참여단에서) 압도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대통령과 청와대, 산업부 장관 등이 협의를 통해 정치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에 대한 불신도 깊었다. 과장된 정보가 난무하면서 양측 모두 ‘공포’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공론화위에서 사실이나 과학의 토론이 이뤄진 게 아니라 쌍방이 과장된 공포로 단언을 하는 등의 주장을 했다”며 “오차 범위 안이든 밖이든 근본적으로 권고안인 것을 감안하면 이를 바탕으로 하되 정부가 엄밀하게 검토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합숙토론에 참여한 시민참여단 송호열(58)씨는 “양측이 제공하는 자료·정보가 사실을 왜곡하는 게 굉장히 많았다”며 “집중 토론해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부족한 게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정책의 정치적 추진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론의 장에 다시 올려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황 부총장은 “이번을 계기로 사실과 과학에 근거해 논의할 수 있는 국민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탈원전 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강광우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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