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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구글·아마존도 한다는데…인터넷은행부터 발묶인 국내 은행업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공룡 플랫폼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금융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기존 은행업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은행 주요 사업영역의 80%가 잠식되고 전 세계 은행의 수익성이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업은 해묵은 은산분리 논쟁과 케이뱅크를 둘러싼 정치권의 특혜 의혹에 갇혀 갈라파고스화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5일(현지시간) ‘연간 글로벌 은행업 보고서’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카카오 등 비금융사들이 만든 디지털뱅킹 플랫폼의 금융산업 진출이 가속화되고 은행들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전 세계 은행업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지난해 8.6%에서 2025년 5.2%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비금융사의 위협이 없으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던 2025년 ROE 9.3%의 절반 수준이다.

또 다른 컨설팅업체 액센츄어도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비금융사들의 진입에 따라 향후 5년간 현재 은행권의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영역의 8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액센츄어는 이에 따라 은행권의 수익이 중장기적으로 1/3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데이터 권력’ 쥔 공룡 IT 플랫폼기업들, 속속 금융 서비스 진출

기존 은행들을 위협하는 것은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들보다 전 세계적인 디지털플랫폼과 이미 누적된 빅데이터,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공룡 플랫폼기업들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소규모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권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거대 IT기업들은 기존 고객기반 및 규모의 경제로 인한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액센츄어 조사에 따르면 페이팔, 아마존, 구글, 애플 등 IT기업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미국 소비자들이 70~90%에 달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 아마존은 자사의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에 있는 소매상들을 대상으로 최저 연 6%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아마존 렌딩’ 서비스를 2011년부터 선보였다. 비용부담으로 자체 플랫폼을 만들지 못해 시장 진입 자체를 포기할 수 있는 경쟁업체들을 아마존의 플랫폼 이용자가 되도록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이렇게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자체가 아마존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아마존 렌딩의 누적 대출액은 30억 달러를 넘어섰다.

페이스북도 올해 2월 캐나다 핀테크회사 클리어뱅크와 손잡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비를 후불로 받는 금융서비스 ‘차지드(Charged)’를 개시했다. 이들 중소기업은 페이스북에 광고를 게재할 때 바로 광고비를 내는 대신 추후 수익이 생기면 클리어뱅크에 수수료 5∼10%를 얹어 후불로 지급한다. 현재까지 1,000개가량의 기업이 이용하고 있다.



이런 공룡 IT기업들의 데이터 권력은 기존 은행들이 따라올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다. 구글, 아마존 등은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통해 개개인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축적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더 많은 서비스와 연결시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들이 은행들과의 제휴를 통해 은행권의 고객 정보와 데이터까지 손에 넣게 되면 시중은행들은 ‘유통 경로’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각각 10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 가입자수도 3억명에 달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들 기업의 플랫폼에 익숙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I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본격화 되면 그 파급력은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성훈 케이뱅크은행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케이뱅크 특혜 의혹’ 관련 질의에 답한 뒤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해묵은 은산분리 논쟁에 발 묶인 국내 인터넷은행…“국내 은행은 글로벌 IT기업들의 유통경로로 전락할 수도”

이처럼 전체 산업의 경쟁 구도가 뒤흔들리고 있지만 국내 은행업은 아직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신세다. 24년 만에 첫 신설 은행이자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변화와 혁신의 촉매 역할이 기대됐던 케이뱅크는 해묵은 은산분리 규제와 특혜 논란에 1년째 발이 묶여있다.

애초 ‘대기업의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자 은산분리 완화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감시책이 제시됐지만 모두 무용지물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케이뱅크 출범이 특혜였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추가 인가는커녕 인터넷은행 활성화 자체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수십 년 만에 이뤄진 우리 은행업 혁신의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인터넷은행 좌초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다. 이대로 글로벌 IT 공룡들의 금융 서비스가 확대되고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 활용도가 높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이용이 많아지면 국내 은행들은 그야말로 낮은 마진의 ‘유통 파이프’ 역할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답답하다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정부와 국회 간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제로 인터넷은행 도입을 논의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케이뱅크가 은행업 신설 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 와서 특혜였다고 몰아세우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케이뱅크 인가 절차에 불투명성이 있었다면 재발하지 않도록 바로잡고 나아가야 하는데, 정책적 논의를 주도해야 할 여당 일부 의원들이 오히려 특혜 의혹 도돌이표에 갇혀 있다”며 “이대로 가면 우리 금융업의 근본적인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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