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글로벌WHO-17년째 절대권력 '新 차르' 푸틴]'러 게이트'로 美 손발 묶고...에너지 무기로 EU 입김 확대

정보기관 출신 은밀한 외교술

美·佛·獨 선거 개입해 혼란 유발

러 산업 근간 에너지기업 접수

유럽 넘어 남미까지 영향력 강화

강대국 향수 자극...지지율 80%

내년 3월 대선서도 승리 확실시





지난 2011년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에 등장한 러시아의 여배우이자 방송인 크세니야 솝차크는 연단 위에 올라서서 “나는 혁명을 원하지는 않지만 변화를 원한다”며 시위대를 향해 외쳤다. 사교계 인사에서 내년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맞설 야권 후보로 변신한 솝차크가 정치인으로서 대중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횡령 판결로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이 사실상 ‘증발’한 상황에서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솝차크는 그나마 내년 선거에 나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야권 인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서구 언론들은 ‘러시아의 패리스 힐턴’으로 불리는 그가 푸틴 대통령의 정치 멘토이자 동향 출신인 아나톨리 솝차크의 딸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그의 출마 선언이 네 번째 대선 승리를 노리는 러시아의 절대자, 푸틴의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양당 정치 기능마저 TV 리얼리티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최근 집권 2기를 맞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구축하며 ‘시황제’의 등극을 온 세상에 알렸지만 누구보다 강력한 황제의 권력을 손에 넣은 지도자는 따로 있다. 일찌감치 현대판 ‘차르(옛 러시아 절대군주)’로 불리며 세계 최대 국가인 러시아에서 17년째 전제 통치자로 군림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다. 국제사회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요란한 황제 대관식으로 집중된 사이 장기독재의 기반을 굳히고 ‘러시아 게이트’로 냉전 이후 최초로 미국의 손발까지 묶고 있는 푸틴의 정치·외교술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차르의 탄생’이라는 특집기사에서 현 러시아 체제를 민주주의가 실종된 ‘포스트 소비에트’라고 명명하면서 “푸틴은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래 최고의 권력을 지닌 러시아 지도자이자 21세기형 차르”라고 논평했다. 푸틴의 특이한 점은 국민의 입과 귀를 통제하는 공포정치 속에서도 80%를 넘나드는 높은 국민적 인기를 누리며 정당성 논란마저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정권 붕괴 후 ‘무력한 1990년대’를 보낸 러시아 국민들은 미국과 수위를 다투던 냉전 시대의 강대국에서 민선 대통령 시대 초라한 러시아의 위상을 확인한 뒤로 ‘러시아 입지 강화’를 외치는 푸틴에게 민주주의를 양보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평등 실현이라는 이상을 향한 사회주의 혁명 종주국인 러시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혁명 발생 100주기를 맞아 러시아를 혁명 이전으로 되돌리는 독재정권 체제가 완성되고 있는 셈이다.

1952년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푸틴은 구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에 들어가며 인생의 첫 전기를 열었다. 이후 KGB의 후속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 국장과 총리를 거쳐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에 임명된 뒤 2000년 러 역사상 두 번째 민선 대통령으로 집권 서막을 열었다.



집권 초 옐친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힘에 의존해야만 했던 허약한 대통령이 러시아 절대권력으로 부상한 데는 옛 KGB와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지기반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구소련 붕괴 이후 극성했던 산업·금융재벌 올리가르히 탄압이라는 그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자신의 지지세력을 주요 관료로 임명하는 ‘실로비키’ 체제를 열어 러시아 산업의 근간인 에너지 기업 등을 일제히 접수, 에너지 기업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대통령 권한을 극대화한 중앙집권제를 정착시켰다.

국내에서 강력한 권력을 움켜쥔 푸틴은 국제사회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맞상대할 사람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정도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장악으로 EU 및 서구 전체가 등을 돌렸지만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절실한 EU는 미국이 최근 단행한 대러 에너지 제재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어야 했다. 이란·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시리아 사태 등 러시아가 손을 내밀지 않은 곳은 지구촌 어디에도 없다. 최근에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제재에 나선 틈을 타 현지 유전 업체에 투자하며 남미에서의 영향력도 증폭시켰다. 북핵 문제에서도 러시아는 최근 중국을 대체할 북한의 새 에너지 공급원으로 부상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조차 비판을 삼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의 푸틴 대통령 개입 의혹으로 취임 초부터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러시아 게이트’는 수개월째 미 정치권을 전례 없는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보기관 출신다운 ‘은밀함’을 무기로 삼는 푸틴의 외교술은 증거 없는 혐의만을 남긴 채 미국부터 프랑스·독일에 이르는 각국 선거에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푸틴 대통령은 이렇다 할 대항마 없이 치러질 내년 3월 대선에서 또 한번의 6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도전한다. 지지율 80%가 넘는 그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푸틴은 오는 2024년까지 무려 사반세기 동안의 장기집권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푸틴을 견제할 세력은 누구일까. 서구 언론들은 푸틴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진단한다. 푸틴이 야심대로 종신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6년의 2연임이 마무리되는 2024년 이후 또 다른 대역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푸틴의 ‘그림자’ 역할을 하면서 지금처럼 전 세계에 강한 존재감을 드러낼 지도자가 존재하는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