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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_창업을_응원해]여자가 만든 맥주가 더 맛있다?!

'국내 여성 1호 브루마스터' 김정하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 대표 인터뷰

각종 국제 맥주대회 수상 경력

여성 비율 10% 안 되는 브루어 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문가

"맥주 제조 창고 확장하고 직영점 추가로 문 여는 것이 목표"

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 김정하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 대표가 전해주는 ‘여자가 만드는 맥주가 더 맛있는 이유’


‘국내 1호 여성 브루어’로 불리는 김정하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 대표./이종호기자




맥주를 목으로 넘기는 순간 은은한 장미꽃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진다. 에일 맥주지만 묵직하다기보다 산뜻하고 편안한 맛이 느껴지는 게 이색적이다. 수제 맥주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거칠고 강한 느낌의 남성적인 맥주와는 전혀 다른 맛. 맥주 제조 과정부터 프랑스산 유기농 장미 꽃잎을 넣어 만든 장미에일 ‘서울로 7017’이 독특한 맛을 내는 이 수제 맥주의 이름이다. 대체 누가 만든 맥주일까.

주인공은 바로 김정하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 대표다. ‘국내 1호 여성 브루마스터(brew master·맥주 제조 전 공정을 관리하는 양조 전문가)’로 불리는 김 대표는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수제 맥주 전문가다. 스스로 ‘맥알못(맥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부르던 사람이 여성의 비율이 10%가 되지 않는 ‘브루어(brewer·맥주 양조업자)’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까지. 수제 맥주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그의 창업기를 들여다봤다.

김 대표가 14년째 운영 중인 브루펍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 전경./이종호기자.


◇수제 맥주에 빠지다

김 대표는 통상 3년도 버티기 힘들다는 브루펍(brewpub·맥주를 직접 제조해 파는 선술집)을 14년째 운영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브루펍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에서 만난 그의 겉모습은 브루어하면 떠오르는 남성적인 외모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제가 맥주를 만든다고 말하면 다들 놀라요. 맥주 양조라는 게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25kg짜리 맥아 자루를 옮기고 맥주 통을 운반하려면 웬만한 체력으로는 어림없죠.”

힘든 길을 가게 된 데는 아버지의 권유가 컸다. 수제 맥주를 처음 접한 것은 음식점 경영을 꿈꾸며 조리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3년. 약주를 좋아하던 아버지의 설득 끝에 방문했던 경기도 평촌의 한 브루펍에서였다. 애초에 김 대표는 맥주를 그리 즐겨 마시던 성향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맛있는 맥주가 아니었어요. 제조 과정은 엉망인 상태로 알코올 도수만 높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때는 정말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요. 매번 도수가 낮고 가벼운 맥주만 먹다가 묵직한 에일 맥주를 처음 먹어봐서 그랬나 봐요.”

수제 맥주를 처음 맛본 경험은 진로를 바꿔놓을 만큼 강렬했다.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본인이 맛있다고 느낄 정도라면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던 덕분이다. 김 대표는 망설이지 않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다음 해에 바로 브루펍의 문을 열었다.

김 대표가 브로이하우스바네하임 내부에 마련돼 있는 맥주 제조 창고에서 양조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이종호기자.


◇맨땅에 헤딩으로 배운 맥주 양조

처음부터 직접 맥주를 제조할 생각은 아니었다. 운영만 하려던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

“가게 문을 열기 전에 맥주 회사에서 알려준 수제 맥주 제조법을 직원에게 가르쳤어요. 그런데 웬걸. 오픈 직전에 직원이 그만두겠다는 거에요. 막막했죠. 사람을 새로 뽑으려다가 마음을 바꿔 먹었어요. 명색이 브루펍을 운영하는 사장이 맥주 제조법을 아예 모르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거죠.”

맥주 양조법을 공부하는 것은 ‘맨땅에 헤딩’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관련 교육을 받기 힘들었던 탓이다. 해외 유학도 생각해봤지만 매장을 운영하고 있던 탓에 포기해야 했다. 대신 선택한 방법은 외국 서적을 뒤지거나 국내 전문가를 쉼 없이 찾아가는 것이었다. 매일 같이 맥아 자루를 나르고 분쇄하고 맥주 기계를 청소해가면서 양조를 배웠다. 독일의 대표적인 맥주 교육기관 ‘되멘스’가 국내에 비어소믈리에 교육 과정을 개설하자 가장 먼저 이를 이수하기도 했다.



“항상 부족하다고 되새기면서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맥주 양조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실습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더 절실했죠. 맥주 회사의 제조법으로 만든 수제 맥주가 아닌 저만의 맥주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아요.”

김 대표가 각종 국제맥주대회에서 받은 상들. 그는 여성의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 브루어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이종호기자.


◇‘맥알못’에서 국제무대 금메달까지

스스로 ‘맥알못(맥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부르던 김 대표는 이제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브루어가 됐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맥주대회(IBC)’에서 금메달을 받은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아시아맥주대회(ABC)’ 아이리시 레드(Irish red) 부문에서 은메달까지 수상했다. 5월에는 세계 3대 맥주대회 중 하나인 ‘호주국제맥주대회(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s)’ 스타우트(Stout)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김 대표가 만드는 맥주는 ‘마시기 편한’ 맥주가 주를 이룬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이나 양주와 달리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러 잔을 즐기는 것이 맥주의 본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0년에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미국의 ‘월드비어컵(WBC)’에 참가한 경험이 있어요. 그때 들었던 세미나에서 저명한 교수님이 ‘맥주는 마시기 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죠. 평소 제 생각과 같았거든요. 제가 만드는 맥주가 기본적으로 부담 없고 편한 맛을 가진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프랑스산 유기농 장미 꽃잎을 넣어 만든 장미에일 ‘서울로7017’. 서울관광마케팅의 의뢰로 김 대표가 개발한 이 맥주는 지난달부터 ‘서울로 7017’ 내 음식점에 납품하고 있다./이종호기자.


◇‘턱수염 있는 사람이 만든 맥주와 여성이 만든 맥주는 30% 더 맛있다’

맥주 양조 업계에는 널리 알려진 말이 있다. ‘턱수염 있는 사람’, 즉 듬직하고 우락부락한 외형의 남성이 만드는 맥주와 ‘여성’이 제조하는 맥주가 더 맛있다는 속설이다. 남자 비율이 워낙 높은 직업인만큼 턱수염 있는 마초적인 남자가 만드는 맥주가 맛있다는 말은 이해가 간다. 절대 소수를 차지하는 여성 브루어가 만든 맥주가 맛있는 이유는 뭘까. 김 대표는 여성이라 유리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체력적으로 남성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재료를 선별하는 감각이나 섬세한 미각 등에서는 앞선다고 생각해요. 주류 양조가 원래 여성이 하는 일이었던 이유가 있는 거죠.”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은 계속 많아지고 있다. 그가 만드는 맥주가 가진 향긋한 향에 반한 40~50대 주부들이 주 고객층이다.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음에도 14년째 가게를 운영할 수 있던 것은 입소문의 역할이 컸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생산량이 부족해 더 많은 고객에게 본인이 만든 맥주 맛을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만큼 생산 창고 역시 확장할 예정이다.

“지금은 10곳 정도 매장에 맥주를 납품하고 있는데 생산 창고를 확장하면 납품 매장을 더 늘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직영점을 추가로 열어서 좋은 질의 맥주를 다양한 사람들이 맛볼 수 있게 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정순구·이종호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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