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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적 독립성 보장하고 대통령 측근 기용 관행 깨야"

■ 전직 국정원장 줄소환 ... 전문가들이 본 개혁 해법은

독점적 정보예산 권한 떼어내고 '수사권+정보' 조직 분리 필요

특활비 중 기밀 범위 줄이고 사용처 일부는 구체화해 공개를

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왼쪽부터), 이병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각각 지난 8일과 10일,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불법 댓글 사건으로 체면을 구긴 데 이어 안보를 위해 써야 할 혈세(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대대적인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특활비 상납에 연루된 남재준·이병호·이병기 등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세 명에 대해 연달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조직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자칫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은 국정원의 가장 큰 문제이자 개선 방안은 정치적 독립성 보장이다. 역대 정부의 국정원장은 늘 대통령의 측근이 기용돼왔다. 김영삼 정부 때 권영해 전 국정원장은 직전 국방부 장관 시절 하나회 척결 작업을 맡았던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고 김대중(DJ) 정부의 임동원 전 원장은 DJ 대북정책을 지휘하며 ‘햇볕정책의 전도사’로 활동한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전 원장도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부터 인연을 맺은 측근이며 이병기 전 원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선대위 부위원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운 뒤 이후에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활동하며 가까이에서 박 전 대통령을 챙겨왔다. 이렇다 보니 정치적으로 독립돼야 할 정보기관이 ‘정권 유지를 위한 심부름센터’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동열 국가정보학회 수석부회장은 “국정원에 대한 어떤 개혁도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없으면 다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원법 개정을 국정원 개혁의 첫 단추로 보고 있다. 내란·외환 등 범죄에 관한 수사권부터 정보예산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규정한 국정원법 제3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쳐 국정원이 정부 부처와 국가기관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장(변호사)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스캔들’도 견제·감시 없는 정보예산 권한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며 “국정원에 과도하게 몰린 권한을 떼어내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정원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대공수사권 이관’도 뜨거운 감자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공수사권 폐지는 사실상 국정원의 정치 관여를 금지하려는 것 아니냐”며 “무조건 폐지해야 한다기보다는 정치 개입을 금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사와 정보가 붙어 있는 ‘통합체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유 부회장은 “한국 국정원이 수사권과 정보를 함께 지닌 ‘통합형 정보기구’인 반면 독재국가를 제외한 대다수 선진국은 분리형”이라며 “이번에 국정원의 수사권을 이양하면서 국내 정보기구로 국가 안보 수사청을 신설하고 해외·북한 정보를 담당하는 안보청을 따로 신설해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을 포함한 국가 정보기관들의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산하에 조직하는 등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9·11테러 뒤 중앙정보국(CIA)의 한계를 발견하고 정보부처 모두를 감독하는 독립기관인 국가정보장실(ODNI)을 신설한 것과 같이 국내도 정부 조직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한국도 미국과 유사한 조직을 염두에 두되 국회·시민사회의 감시가 가능한 형태로 설치해야 한다”며 “검사 파견이나 군 출신 인사의 채용 등을 제한하고 국정원 특유의 폐쇄적 조직문화도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특활비의 경우 용처의 일부를 구체화해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 교수는 “국가 기밀에 필요한 돈이 있겠지만 그 범위는 축소하고 추후 예산을 국회에 좀 알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용처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연하고 포괄적으로 예산이 편성되기 때문에 본래 취지에 사용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국회에서도 관련 제도를 개선하고 예산 편성 방향도 취지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특활비 일부가 국민 세금으로 채워져 있는 만큼 그 내역을 어떻게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희·안현덕·이종혁·하정연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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