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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세상...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

호시 신이치가 미래에 보낸 서늘한 상상력을 연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무대가 국립극단 소극장 판 무대에 펼쳐졌다.

단편 소설보다 짧은‘쇼트-쇼트’ 형식의 개척자인 일본 SF 소설의 대가 호시 신이치는 1,0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지만 유사 작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각 작품의 독창성을 인정받는 작가이다.

/사진=국립극단




/사진=국립극단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1920년대 태어난 작가가 쓴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현재 국립극단이 선보이고 있는 작품 <나는 살인자입니다>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생활유지부』는 각종 사고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인구 조절’이라는 임무를 맡은 공무원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나’는 무작위로 뽑은 카드를 통해 ‘인구 조절’의 대상이 된 어린 아이에게 서슴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다음으로 뽑은 카드의 대상이 자신임을 알고서도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한다.

이처럼 인간의 우행과 그에 대한 결과를 공상적이고 범우주적인 소재들로 풀어낸 그의 작품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해자가 되는 현대인들의 모순과 그 안의 허무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사건은 사건으로서 보면 허무하지만 인간적 모순의 발현이라고 보면 결코 낡지 않는다.”며 “그것은 몇 천 년 전에도 몇 천 년 후에도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젊은연출가전’ 시리즈 열세 번째 작품으로 <나는 살인자입니다>를 선보인다. 올해는 <목란언니>, <노란봉투> 등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아온 연출가 전인철이 세계적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SF 소설의 대가 호시 신이치 Hoshi Shinichi의 주요 작품들을 옴니버스 형식의 극으로 재탄생시킨다.

호시 신이치는 빠른 호흡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독자들에게 강력한 한방을 선사하는 천재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공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고독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을 담고 있는데, 전인철 연출은 그 중에서도 ‘죽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에 집중한다. <나는 살인자입니다> 속 ‘죽음’은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 받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정신적 상처와 자연을 포함한 범우주적 ‘죽음’의 의미까지 뻗어나간다. 국립극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빠른 발전과 삶에 대한 허무가 공존하는 현 시대의 아이러니에 주목하고자 한다.

10일 개막한 <나는 살인자입니다>는 11월 27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짧은 에피소드들을 한 편의 연극으로 엮은 작품인 만큼 별도의 주인공 역할이 없다. 배우 김정호 유병훈 안병식 이봉련 권일 김정민 박희정 주역들이 출연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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