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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강진...부실공사 도마에]철근 간격 시공기준보다 넓어...피해건물 대부분 날림공사 흔적

■3년 된 내진설계 아파트도 파손

개인 건축주 외부감리 빼먹기 일쑤

가격경쟁 위주 입·낙찰제도 한몫

아파트 하자보수 분쟁신고 건수

작년 3,880건...6년새 56배 급증

정부, 임시거처로 LH임대주택 제공

건축물 안전점검 인력 대폭 확대도

내진설계 1등급으로 설계돼 준공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포항 북구의 한 아파트 외벽이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심하게 갈라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피해를 키운 주요인이 만성적인 부실시공 탓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 북구 장성동의 한 빌라는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기둥 3개가 철근이 드러날 정도로 휘어져 있는 상태다. 더 심각한 것은 가까이서 살펴보면 철근의 간격이 시공 기준보다 2~3㎝ 더 넓게 듬성듬성 들어간 것이다. 제대로 공사했다면 강진이 발생해도 기둥 위아래 경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에 그쳤을 테지만 이 빌라는 부실 공사 때문에 기둥이 휘어버렸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이 빌라는 내진(耐震) 설계도 안 돼 있지만 공사도 부실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부 외벽이 무너지고 천정이 내려앉아 결국 다음달 초까지 휴교를 결정한 한동대와 30여년 전에 건축돼 내진 설계도 없었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포스텍과의 차이 역시 전문가들은 시공의 부실 여부에서 찾고 있다.

최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내진 설계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부실공사 악습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 대부분에서 악성 날림 공사 흔적이 발견된 만큼 부실공사 적폐를 이번 지진을 계기로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부실공사가 만연한 것은 개인이 건축주가 돼 직접 원룸이나 소형 빌라를 시공할 경우 비용을 줄이려 외부 감독이나 감리도 받지 않고 날림 시공을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주거용 661㎡ 이하, 비주거용 495㎡ 이하 규모 건물은 건축주가 ‘직영 시공’ 하는 것이 가능하다. 건축주가 건설사(건설업 등록업자)를 끼지 않고 공사에 필요한 자재·장비를 직접 동원해 소형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건설업체들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고 부실한 재료를 사용해 부실공사를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부실시공으로 하자 분쟁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보수 분쟁을 신고한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지난해 3,880건으로 6년 새 56배나 늘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공공 부문에서의 가격경쟁 위주 입·낙찰제도도 부실공사의 잠재 원인 중 하나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공공 부문의 공사비 산정기준인 실적공사비는 제도가 도입된 2004년 이후 10년간 36.5%나 하락했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발표하는 공사비지수는 같은 기간 50% 넘게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공사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했는데 공사비 산정기준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된 것이다. 게다가 3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는 적격심사제도의 낙찰하한율은 80%로 2000년 이후 지난 17년간 고정돼 있다. 이처럼 원도급자가 저가로 수주를 하게 되면 결국 하도급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에 그대로 전가되고 이는 비용 부담을 유발해 부실 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건축에 대한 시공 요건을 강화하고 가격경쟁 위주의 저가 수주 관행을 바로잡는 개선책이 더욱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포항 지진 피해자들에게 임시거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을 무료로 제공하는 한편 건축물 안전점검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차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안전부와 가진 합동 브리핑에서 “지진 피해 이재민들에게 공급하는 LH 임대주택 160가구는 청소 및 난방·수도 작업 등을 완료해 입주 준비를 마친 상황이며 포항시에서 우선 입주자를 선정하는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며 “임대보증금은 없고 임대료는 50%는 감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건축물 안전점검 지원도 강화한다. 현지 파견 중인 안전점검 전문가를 36명에서 100여명 수준으로 늘리고 필요시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현재 시설안전공단·건축학회 등 4개 기관만 참여하고 있으나 앞으로 지진공학회·시설물진단협회·시설물유지관리협회 등 6개 기관도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한동훈·고병기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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