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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수능]"내 아이도 지진처럼 흔들렸다…이젠 고생 없길"

수능 맞은 경북 포항제철중학교

포항고·동지고 등 수험생 561명 입실

교사·부모·자원봉사자 응원 한마음

23일 오전 6시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중학교 정문에서 제자들을 응원하러 온 교사들이 수험생 손을 잡고 응원하고 있다./신다은 기자




한 손엔 도시락통, 한 손엔 핫팩. 긴장된 얼굴로 고사장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한 무리의 남학생들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자 함박 웃는다. “샘(선생님)! 저 수능만점 맞을라고요”, “잘 댕겨올게요” 하고 평소엔 없던 너스레도 떤다. 정문 앞은 제자들 얼굴을 찾아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 동지고·포항고·동성고 교사 10여명으로 붐볐다. 다가오는 제자들을 덥썩 끌어안고 놓지 않던 3학년 담임교사 김광민(56)씨는 “지난 일주일간 학생들이 갈피를 못 잡고 많이 힘들어했다”면서 “시험장 안에서는 부디 실력을 발휘하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수능 일주일 연기’로 홍역을 치른 포항시가 수능 아침을 맞았다. 23일 경북 포항 남구 포항제철중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새벽 6시부터 속속 고사장으로 들어왔다. 이번 지진 여파로 포항고등학교에서 포항제철중학교로 옮겨온 수험생 561명은 고사장이 두 번 바뀌면서 속앓이가 심했다.

수험생 아들을 둔 최영란(47)씨도 “지난 일주일간 아들이 지진처럼 흔들렸다”며 “매일 밤 여진 때문에 잠에서 깨고 배가 아프다는 등 스트레스가 심해 보였다”고 전했다. 교문 너머로 사라지는 아들 모습에 최씨는 교문 앞에서 한참 눈시울을 붉혔다. 최씨 가족은 지난 15일 지진을 피해 차 안에 대피했다가 수능 연기 소식을 들었다. 아들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지난 일주일은 최씨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주부 윤지영(47)씨도 “아들이 생각보다 씩씩하게 하더라”면서도 “심한 여진 땐 밤잠을 설쳤다”고 전했다. 지난 15일 본진을 겪을 당시 윤씨는 거실에서 고추를 다듬고 있었다. 심한 구토감에 무작정 아들 손을 잡고 집을 뛰어나왔다. 윤씨는 “일주일 연기됐으니 조금 더 공부할 수 있었다는 아들 말에 눈물이 났다”며 “부디 실수 없이 편하게 보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23일 오전 6시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중학교 정문에서 윤정숙(63)씨가 수험생을 맞이하기 위해 핫팩을 꺼내 들었다./신다은 기자


고사장 앞 정문엔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손길도 있었다. 교문 양쪽엔 ‘수능 대박나세요’, ‘오래 기다린 만큼 잘 해낼 거예요’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고등학생 후배들과 자원봉사단은 핫팩과 초콜렛, 커피를 수험생 손에 쥐어줬다. 경북 안동에서 새벽 4시부터 경북 안동에서 출발했다는 김정대(48)씨는 “힘든 시기를 지나왔을 학생들 생각에 마음이 짠해 왔다”며 손수 만든 피켓을 들어 보였다. 핫팩 400개를 준비해 학생들에게 나눠 준 윤정숙(63)씨는 “꽃 같은 아이들이 지진을 겪으면서 고생이 많았다”며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수능을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포항=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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