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명의 대포통장 유통해 4억 챙긴 일당 검거

숙식을 제공하고 용돈을 주겠다며 노숙자들을 꾀어 이들 명의로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만든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 일당은 이렇게 만든 대포통장 등을 보이스피싱이나 사이버 도박 등 범죄조직에 유통해 거액을 챙겼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이 같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A(34)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노숙인과 저소득층 10명의 명의로 22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 72개를 만든 뒤 계좌 1개당 100∼150만원을 받고 보이스 피싱, 인터넷 도박 등 범죄조직에 임대한 혐의다.

이들은 서울역 등지에서 노숙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용돈을 주겠다며 유인한 뒤 고시원, 원룸 등에 일주일가량 합숙시키며 노숙인 명의로 유령법인과 대포통장을 설립하는 수법으로 4억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노숙자들이 명의만 빌려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일정한 주거가 없어 소재파악이 힘들다는 등의 점을 노리고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유령법인을 개설해 준 법무사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부산=조원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