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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미래를 이야기하자]"AI로 인간게놈 정복 빨라져...앞으로 걸릴 질병도 미리 치료"

해외 전문가에 듣는다-스티븐 소니스 하버드대 암센터 교수

빅데이터 기술 등 이용하면

후보물질 선정 작업 가속도

신약개발 기간도 단축 가능

연구만 몰두땐 시야 좁아져

학생들에 스타트업 창업 권장

연구결실 얻는데 10년 예사

바이오분야 인내심은 필수

스티븐 소니스 하버드대 의대 암센터 교수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에 힘입어 인간 게놈(유전체) 정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미래에 발병할 질병에 대처할 시대가 곧 열릴 것입니다.”

암 치료제 개발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티븐 소니스 하버드대 의대 암센터 교수는 새해를 맞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5~10년이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도 대폭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니스 교수는 의학 기술의 빠른 발달을 기대하면서도 “좋은 신약을 개발하는 일은 10년을 넘기기 십상”이라며 신약 개발에는 뚜렷한 비전과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70시간을 연구에 몰두하면서 바이오 기업 2곳을 경영하는 그는 “창업을 통해 기술의 시야를 넓히고 네트워크를 확대할 수 있다”며 연구인력의 스타트업 설립을 권유하기도 했다.

-보스턴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바이오 산업의 중심으로 커나가고 있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하버드대뿐 아니라 보스턴에는 훌륭한 교육기관과 석학들이 포진해 있다. 바이오 분야는 갈수록 세분화하는 지식산업이어서 인재들이 중요한데 신약 개발은 특히 연구자 간 신뢰와 협업이 중요하다. 수십년 넘게 대학을 중심으로 공동연구 환경이 안정적으로 조성된 점이 빛을 발하는 것으로 본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 언제든 대화하고 조언해줄 똑똑한 동료들이 바로 옆집에 있다는 것이 보스턴만의 장점일 것이다.

-하버드대나 매사추세츠공대(MIT) 재학생들이 최근 바이오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학생들의 창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가끔 상상을 뛰어넘는 학생들을 만난다. 20년 넘게 구강암 분야를 연구한 나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척척 제시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천재라도 특정 연구에만 몰두하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데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면 폭넓은 사고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장한다. 나 자신도 바이오모델과 PES 등 2개 회사를 창업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연구계획을 구체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다만 돈 버는 것이 창업의 주된 목적이 되면 곤란하다. 제약·바이오는 연구 성과를 얻기 위해 5년, 10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단기 성과에 집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보스턴의 바이오 산업 잠재력이 강력한 만큼 미국 내 기업들뿐 아니라 중국·일본·중동 등 해외에서도 많은 자본이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신약 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글로벌 제약사들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요즘 보스턴의 차이나타운이 매우 붐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바이오 산업은 돈의 불일치가 많은 대표적 분야다. 신약의 콘셉트를 잡고 개발을 진행하는 임상 전 단계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들도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 반면 임상 데이터가 축적되고 임상실험이 진행될수록 돈이 몰린다. 미 국립보건원(NIH)이나 각국 정부의 예산이 신약 개발에서 좀 더 위험도가 높은 부분에 많이 투입돼야 한다.

-연구활동과 회사 경영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두 가지 일이 한 줄기로 연결돼 있어 여러 가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 창업한 바이오모델은 항암제 신약을 개발할 때 필수적인 동물 실험을 하는 곳이다. 연구가 잘되면 회사도 잘되는데 반대인 경우 스트레스가 두 배가 되기는 한다(웃음). 신약 개발 업무에서 가장 힘든 것은 어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엄청난 아이디어를 발견했다고 여겼는데 임상실험에서 종종 실패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개인적 좌절감도 있지만 환자들을 생각할 때 아쉬움이 크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도 식품의약국(FDA) 등 당국과의 협의에서 너무 비싼 보험이 적용될 때도 힘들다. 임상적 측면에서 좋은 약이라도 비용 대비 효익이 낮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신약 개발 등에서 미국의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어떻게 느끼나.

△모든 신약 개발 과정은 매우 엄격한 환경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독성 부분의 연구가 포함될 경우 규제는 불가피하다. FDA나 NIH 등 관계기관 역시 신약의 독성을 시험하고 평가할 때는 꼭 방문해 확인한다. 하지만 독성 연구 등 위험한 분야가 아니면 당국이 별로 간섭하지 않는다. 연구자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문화도 잘 잡혀 있다.

-신약 개발 과정이나 효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동물 실험 등이 성공적이면 임상실험에 들어가는 데 여기서 신약 성공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또 신약의 경우에는 약의 효능보다 안전성이 중시된다. 신약이 환자들에게 효과를 발휘하는지 평가하는 것보다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데 더욱 신경을 쓴다.

-AI나 빅데이터·로봇 등의 기술 혁신이 바이오 산업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데 연구나 환자 치료에 실제 얼마나 활용되나.

△인간 게놈 연구 등에 AI나 로봇이 없다면 현재의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해 향후 어떤 질병을 얻을지 예상할 때 빅데이터와 AI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또 대형병원들이 환자의 검진정보를 종합해 미래의 특정 질병이 생길 확률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 정확도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앞으로 상당수 병원이 그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빅데이터가 신약 개발 기간 단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들었다.

△신약후보 물질이 1,000만개라면 실제 임상실험에 진입하는 경우는 9개 안팎이다. 이중 단 하나만 최종 판매허가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신약 허가에 걸리는 시간은 단축되기보다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수십년간 생명공학 분야의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고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신약후보 물질이나 임상실험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이 크게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의 많은 투자자들이 바이오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신약인지 밝힐 수 없지만 얼마 전 신약 실험을 끝냈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 약을 연구하고 개발해내는 데는 11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벤처캐피털은 투자수익을 기대하다 3~4년 만에 나가떨어졌다.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연구가 결실을 보는 데 11년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바이오 분야에서 신약 개발에는 뚜렷한 비전과 긴 안목, 인내심이 필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스턴=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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