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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임대료가 더 문제다

박해욱 성장기업부 기자





#1. 광화문은 서울 시내 핵심상권 중 하나다. 이 상권 한 가운데에는 10개월 넘게 공실 점포가 하나 있다. 5호선 광화문역 8번 출구 바로 앞 건물 1층 점포인 이곳은 이전에 꽃집이었다. 기존 상인이 비싼 임대료를 못 버티고 나간 이후 계속 비어 있다.

10평도 안 되는 이 가게의 월 임대료는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임대료를 낮춰서라도 새 임차인을 구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주변 공인중개사 사장의 말은 딴판이다.

“(주인한테) 임대료를 낮추자고 계속 말씀을 드려도 꿈쩍도 안 해요. 그 돈이 아쉽지 않다는 거죠.”

#2. 지난해 4월 서울경제는 ‘창업비용 비싼 프랜차이즈일수록, 지방일수록 건물주님이 카페하시네’란 기사를 보도했다. 수도권보다는 지방, 창업비용이 많이 드는 대형 프리미엄 브랜드일수록 가족 운영 커피전문점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초기비용이 3억원이 넘는 C사의 경우 무려 전국 가맹점의 50% 정도가 건물주 본인이나 가족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폐업률이다. 2016년 커피전문점 가맹점의 폐업률은 8.51%로 전체 프랜차이즈 평균(12.00%)보다 3.49%포인트 낮았다.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다 보니 비용 문턱이 낮아 상대적으로 폐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월세 1,000만원이 넘는 점포가 1년 가까이 공실로 남아 있고, 자기건물에서 커피전문점을 하는 사업자일수록 폐업률이 낮은 것은 임대료 부담이란 거대한 문턱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연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대통령은 이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 낮출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최저임금 부작용 때문에 애꿎은 임대료를 문제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임대료 논쟁은 정말 최저임금과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영역일까.

자영업자들은 대통령의 지적이 자영업자의 아픔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영업자에게 임대료 상승은 최저임금보다 더 공포스럽다. 최저임금과 임대료는 똑같이 본질적으로 비용과의 싸움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상승은 점포축소나 가족동원, 무인자판기 도입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료가 오른다고 점포 면적을 바로 줄이거나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다. 치솟는 임대료 탓에 폐업하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생활물가가 밀려 올라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임대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자영업자들에겐 언제나 옳다. 차제에 임대료 문제를 본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속마음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 불똥이 엉뚱하게 임대료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 정쟁의 빌미로 삼으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임대료는 생존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래서 최저임금과 임대료는 한 몸이다.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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