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경제 · 금융  >  기획·연재

“동북아 슈퍼그리드로 ‘그린 데탕트’ 시대 열자”

기후변화·에너지 전문가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 인터뷰

  • 김윤현 기자
  • 2018-01-11 16:22:24
  • 기획·연재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도 1월 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후변화·에너지 전문가인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초빙교수)은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가 전력망 연계를 넘어 역내 국가들의 협력과 신뢰 강화를 통한 ‘동북아 커뮤니티’ 건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결과 한반도 긴장 완화로 ‘그린 데탕트’ 시대를 열어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로 ‘그린 데탕트’ 시대 열자”
김상협 우리들의미래 이사장이 회의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녹색으로 염색한 그의 머리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한 신념의 표현이다.

“전 세계 어디를 봐도 동북아시아 규모의 지역에 전력망이 연계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게 동북아에는 없는 셈이죠.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되면 참가국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이른바 파리협정이 맺어졌다. 195개 당사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됨으로써 사실상 지구촌 전체가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모으게 됐다. 한국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의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도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했다. 이른바 ‘신기후체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곧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청정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김상협 이사장은 “파리협정은 곧 새로운 에너지 체제에 대한 합의”라며 “에너지 산업은 단일 산업으로 가장 규모가 큰데, 기후변화 이슈로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칭한 지각변동은 한마디로 에너지와 연관된 ‘녹색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이명박 정부 시절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쥐었던 ‘녹색성장’과 동일한 맥락이다. 김 이사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녹색성장 어젠다를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주인공이다. 그는 “녹색성장은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아 단일 정권의 국정과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장기 전략으로 마련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색성장에 관한 한, 지난 수년간 김 이사장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녹색성장이 대폭 후퇴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찬사를 보냈던 국제 사회의 시선이 따가워진 것도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탈석탄·탈원전’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녹색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30년까지 국내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늘린다는 이른바 ‘3020’ 정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를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발전 시설의 대대적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산업의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주목할 것이 바로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자체가 몽골, 러시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으로 전력을 생산해 한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이 공유하는 거대한 국제협력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다. “우리나라 전력망은 일본처럼 ‘섬’이에요. 고립돼 있죠. 그런 가운데 기저(基底) 발전인 원전을 버리고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가령 몇 날 며칠 바람이 안 불고 햇빛이 흐리면 어떻게 합니까. (한국처럼 탈원전을 추진하는) 독일은 이웃 나라에서 전력 수입이라도 하지, 우린 그것도 안됩니다. 먼저 이웃 나라들과 전력망을 연계해야 하는 이유죠. 탈석탄은 올바른 방향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탄소 사회로 가려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원전도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해요. ”

김 이사장은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는 기술적,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검증됐다”면서 “다만 지정학적, 정치적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참가국으로 거론되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정부의 정치적 결단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북아 전력망 연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청신호다.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전력망 연계(Global Energy Interconnection·GEI)’,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 에너지 링(Asian Energy Ring·AER)’이라는 국제 전력망 연계 프로젝트 구상을 이미 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이 말한다. “중국은 2050년까지 전 세계를 전력망으로 연결시키려고 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유엔 지속가능 정상회의에서 직접 밝힌 큰 비전이에요. 세계 어딘가에는 바람이 불고, 어딘가에는 태양이 떠 있고, 어딘가에는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전체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전력망으로 연결하면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인 간헐성과 계절성을 극복할 수 있어요. 중국은 ‘전력의 천하질서 재편’을 꿈꾸는 겁니다. 푸틴 대통령도 극동 러시아 지역 개발을 위해 전력, 가스, 철도망을 국제적으로 연결하는 게 숙원 사업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오래 전부터 사업 추진에 대한 논의를 해왔어요.”

문제는 아직 일본 정부가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민간 기업 차원에서 강력하게 동북아 전력망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가간 협력 프로젝트의 성격상 일본 정부의 합의 없이는 동력을 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김 이사장은 동북아 역내 국가간에 슈퍼그리드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단계적 접근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도의 외교력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국가간에 협력 기반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협조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세계질서의 중심국으로서 동북아 역내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 국민적 동의와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에는 북한도 간단치 않은 변수다. 핵·미사일을 앞세운 군사 도발로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을 전력망 연계에 포함시키는 것은 현재로서는 비현실적인 일이다. 문제는 북한을 우회하는 전력망을 구축하게 되면 비용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이다. 육상 선로가 아닌 해저 선로를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북한을 염두에 두고 있으되, 북한 때문에 일의 진척 여부가 결정돼서는 결코 안 된다”며 “그러기에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이 가능한 일부터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축되면 보다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전력이 필요할 때 이웃 나라에서 가져올 수 있으니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죠. 국내 기업들에게는 에너지 관련 기술을 업그레이드시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겁니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긴장 완화 효과가 클 수 있습니다. 전력을 매개로 역내 국가간 상호 의존성을 높여 일종의 ‘동북아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거죠. 저는 동북아의 신뢰와 협력을 높여나가는 가운데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합류할 수 있도록 이끌면 자연스레 한반도 긴장 완화도 달성된다고 봅니다. 저는 그걸 ‘그린 데탕트’라고 부릅니다.”




* 우리들의미래: 사단법인 우리들의미래는 ▲기후변화 ▲인구변동 ▲한반도 통일을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할 3대 변인으로 설정해 관련 연구와 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단체다. 특히 기후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그린 빅뱅’ 전략 수립에 열중하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시선집중

ad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