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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기획: 아이돌의 명암②] '적자생존+약육강식' 경쟁에 내몰린 아이돌

사진=KBS




“이게 아니면 난 끝이거든”

이제는 추억으로 돌이켜 볼 수 있게 된 말이지만,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이하 프듀)’ 방송 당시 저 말을 해야 했던 뉴이스트 JR(김종현)의 간절함은 상상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해체 수순을 밟고 있던 한 아이돌 그룹에게 ‘프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마지막 남은 돌파구와도 같았다.

‘프듀’의 성공은 그대로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유닛’과 JTBC ‘믹스나인’의 론칭으로까지 이어졌다. 두 프로그램 모두 치열한 아이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인 그룹, 실패라는 이름으로 낙인찍힌 청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취지 아래 지난해 첫 방송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앞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참가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자칫 묻힐 뻔한 원석을 발굴, 재가공해 멋진 보석으로 만들어 내겠다는 방송사들의 포부는 높게 살 만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겨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인 출연자들의 모습에서 가요계의 적자생존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출연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파트를 받기 위해 눈치 싸움을 벌이고, 센터나 리더의 자리를 놓고 감정 소모를 하기도 한다. 단 1초라도 더 주목을 받아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특히 방송을 통해 드러난 아이돌 시장은 아직은 어린 청춘들에게 ‘실패’라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방송에서 가수 생활의 끝이 보인다며 눈물짓는 참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모두 놀라울 만큼 어린 나이다. 지금은 워너원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윤지성 역시 27살이라는 나이까지 연습생 신분에 머무르면서 ‘아이돌은 허황된 꿈이다’라고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면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위한 준비를 했을 시기이지만, 아이돌이라는 특수성은 27살 청년에게 포기를 종용했다.

JTBC ‘믹스나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양현석과 김소리의 일화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기획사 오디션 당시 양현석은 28살 아이돌 연습생 김소리에게 “28살이면 아이돌 은퇴할 나이다. 그동안 무엇을 했냐”고 독설을 내뱉은 바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 건네는 뼈 있는 조언이라 볼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꿈이 나이 하나로 재단되어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씁쓸함을 남긴다.

/사진=2018 골든디스크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돌 그룹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요즘. 음악 방송 무대 한 번 오르지 못하고 해체를 맞이하는 그룹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생로병사’에는 언제나 ‘경쟁’이라는 단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무한 경쟁으로 내몰린 아이돌은 엄청난 압박감을 함께 떠안는다.

최근 샤이니 종현의 사망 이후 아이돌 산업과 시스템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故 종현의 죽음을 다루며 “한국 연예계는 높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며 “영화 ‘헝거게임’을 닮은 노동환경에서 모든 동료가 경쟁자고 강한 자만 살아 남는다”고 보도했다. 약육강식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인기 스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한 것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역시 메인 페이지에 종현의 죽음이 담긴 사진과 기사를 게재하며 “빛나는 스타가 관대하지 못한 K팝 산업 한가운데 죽다”라고 비판했다.

외신들의 지적처럼 ‘관대하지 못한 K팝 산업 한가운데 놓인 스타’는 어느 한 사람만이 아니다. 故 종현의 비보가 전해진 직후 에이핑크 정은지는 JTBC ‘언터처블’ 기자회견 자리에서 “종현 선배와 가까운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더 무서운 건 유서가 공개됐을 때 주변 동료나 친구들이 그 내용에 많이 공감을 하더라는 점이다. 우울이라는 감정과 그 감정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기분이라는 것을 공감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굉장히 무서웠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2013년 발표한 정규 3집 앨범의 수록곡 ‘우울시계’로 故 종현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아이유역시 지난 10일 개최된 ‘제 32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직후 “왜 그분이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는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아서 아직까지 많이 슬프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故 종현을 언급했다. 아이유 역시 아티스트로서 살아가는 외로움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또 아이유는 “다들 일이 바쁘고, 1년의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하는 사람들이라서 그 슬픈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보내주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안타깝고 슬프다.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우는 자연스러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며 “아티스트는 모두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을 하지만, 사람으로서 스스로 먼저 돌보고 다독였으면 좋겠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병들고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동료 아티스트들과 팬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다행스럽게도 종현의 죽음 이후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회사의 수익 증대를 위해 그들의 재능이 상업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데뷔를 향한 간절함과 음악을 향한 진정성만큼은 상처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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